장애를 가지게 되면 아침마다 그 장애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관절마다 통증을 느끼는 엄마도, 시야 장애가 생긴 아빠도, 그리고 나 역시 학습된 불안과 우울을 떨쳐내기 위해 노력한다. 매일 아침, 과거의 좋지 않은 기억들 때문에 일찍 눈을 뜨게 되고, 그 상태를 방치하면 하루 종일 무기력에 시달리곤 한다.
아침에 일어나 약 30분 동안은 방어기제가 작용하지 않는 시간이라 한다. 이번 생은 망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근거 없는 생각은 빨리 지워버리고 어떻게든 에너지를 끌어올리려 애쓴다.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아침 식사를 하며, 과거에 해냈던 일들을 떠올리며 지금도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어준다.
삶은 변덕스럽다. 어떤 날은 모든 것이 무너질 듯하고, 또 다른 날은 살만하다고 느껴진다. 예상치 못한 일들로 불안에 휩싸이기도 하고,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상황 앞에서 고통을 느끼기도 한다. 불안과 좌절은 누구나 겪는 과정이지만, 이러한 감정들이 반복될 때, 우리는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무력감을 느낀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는 일인가? “ 하고.
하지만 이러한 생각에 사로잡히기보다는, 앞으로의 날들이 더 길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여전히 많은 가능성과 기회를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어려움에 좌절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찾는 것이다.
혼자 묵묵히 감당하며 버텨내는 외로운 시간들 속에서 나는 나를 조금씩 더 이해해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기록하려 한다. 이 긴긴 터날을 지나는 것만 같은 시간도 언젠가는 끝이 올테니. 그때가 오면 지금 이 감정들을 생생히 기록할 수 없을 것이다.
언젠가 살다가 문득 지금의 외로움과 어색함을 어떻게 버텨냈는지 궁금해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때에는 이 글들을 다시 읽어보며,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되겠지. 아마도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조금 더 단단해져 있을 것이다. 어색함 속에서도 다정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 나를 보며 미소 지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힘든 시기를 겪는다. 무작정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하는 것, 그것은 얼마나 열심히가 충분한지 모를 때 쓰는 나만의 방법이었다. 인생을 늘 그런 방식으로 살 수는 없다. 혼자서 그 모든 것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누군가와 그 힘듦을 나눌 수 있다면, 삶은 달라진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마음이 풀어지고, 삶은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내가 외롭지 않았던 날은 누군가가 내 곁에 있어 주었기 때문이다. 웃었던 날은 즐겁게 대화 나눈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삶이 완전히 힘들지 않은 이유는 누군가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서로 힘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은 본성이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연민을 주고받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다. 마셜 B. 로젠버그의 말처럼, 연민을 통해 기쁨을 느끼는 것이 본성이라 믿는다. 연민으로 서로 주고받는 것이 인간의 본성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의 고통을 나누며, 연민으로 가득한 삶. 그것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