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은영 Jul 17. 2024

불안이 지나간 자리

모든 노력이 부질없어 보일 때도 있었지만, 나는 나름대로 계속 노력했다. 본업에 관한 공부를 이어갔고, 좋아하는 책도 꾸준히 읽었다. 불어 공부와 재테크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으며, 글도 틈틈이 썼다. 운동도 일상 속에 포함시켜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과 우울이 나를 덮쳐왔다.


잃을까 두려워하며 살고 싶지 않은데, 때때로 숨 막히는 공포감이 목을 옥죈다. 숨쉬기조차 힘겨울 때는 가만히 앉아 창밖으로 보이는 뒷산을 바라본다. 긴 의자에 걸터앉아 창틀에 턱을 괴고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다 보면, 이따금 살랑바람이 불어와 기분 좋게 얼굴을 어루만져준다. "이제 괜찮아" 하는 듯한 위로를 건네는 자연의 잔잔함이 나를 진정시킨다.


터널 끝에서 빛을 보는 것처럼, 오랜 어둠 속에서 벗어나게 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담담한 기쁨이 조금씩 차오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래에 대한 희망이 생긴다. 그동안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알기에, 이제 다시 웃을 수 있는 순간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연말에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려 했었다. 들뜬 마음으로 이것저것 계획을 세우며 다른 곳에서 새 출발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변화를 주도하고 그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재활이 필요하다.


더 단단해지고 싶고 덜 절망하고 싶지만 아직도 방법을 잘 모르겠다. 아무 대책 없이 시간이 계속 흐르는 것 또한 두렵다. 지난 6개월간의 노력이 통하지 않았다면 색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해보지 않았던 방식으로 나를 돌보고, 목표를 재정비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기록을 통해 내가 어떻게 회복되어 가는지 남겨두면, 미래의 나뿐만 아니라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오늘의 불안이 지나간 자리에 피어날 희망을 바라며, 언젠가는 아무 소용없어 보이는 크고 작은 시도들이 모여 조금씩 변화를 이루리라.


삶의 시련을 통해 얻은 회복력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 어려운 시기를 겪으며 배운 것들과, 그것을 통해 더 단단해진 자신을 보며, 우리는 더욱 앞으로 나아갈 용기와 힘을 얻게 된다. 그래서 다시 한번,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결국에는 밝은 빛이 기다리고 있다는 믿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이런 순간들은 아무리 힘든 시기가 있더라도 항상 앞으로 나아갈 길이 있고, 더 나은 날들이 올 것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삶의 도전과 역경을 이겨내며, 우리는 성장하고 강해진다. 폭풍을 견뎌낸 후에 더 단단해진 자신을 느끼는 것은 정말 큰 성취감이다.


얼마 전에 넷플릭스 시리즈 "MAID"를 보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여서 더 몰입하며 주인공을 응원하게 되었다. 주인공의 회복탄력성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녀가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의 삶을 재건하는 과정은 나에게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었다. 누군가 해냈다면, 어렵더라도 나 또한 가능한 일인 것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불안 속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