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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영 Jul 12. 2024

다시 불안 속으로

하루씩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불안이 소리 없이 또 찾아왔다. 다 괜찮은 것 같았는데 나는 다시 하루살이가 되었다. 이번에도 불안으로부터 멀리 가지는 못했다.


다 너 때문이야.

너는 쓸모없는 사람이야.

너는 사랑받을 자격도 없어.


끊임없이 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이다.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도와줘' 하는 마음의 소리는 내 귀에만 들릴 뿐이다.


축축하고 암울한 기분이 나를 덮치면, 며칠 동안은 그 압도감 속에 머물러야 한다. 머리도 몸도 무겁다. 내 꿈이 무엇이었는지, 무엇을 좋아했는지, 어디로 가고 싶었는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다. 누구에게도 닿을 수가 없다. 세상에 나만 홀로 남겨진 듯한 외로움과 씨름하는 시간.


절망스러운 마음을, 지친 몸을 추스르는 중이다. 다시 5분씩, 다시 하루씩. 열감기를 앓듯 며칠을 꼼짝없이 불안과 우울에 휩싸여 며칠을 보내고 나면 조금씩 이전의 나로 돌아온다. 이번엔 일주일이 걸렸다.


불안이 찾아올 때마다 관심을 밖으로 돌리려 애를 쓴다.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다면 성공이다. 하지만 그럴 여력이 없다면 아무 생각 없이 매일의 루틴을 따르며 잔잔한 드라마나 영화들을 본다. 진정이 되면 다시 주위 사람들에게 연락도 하고, 능동적으로 일상에서 헤어 나오려 노력한다.


마음이 지옥 같을 땐 링컨, 고흐, 뭉크, 프리다 칼로, 헬렌 켈러 같은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들도 나처럼 깊은 어둠 속에서 씨름하며 살아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만의 길을 걸어갔다. 이들의 삶은 내게 큰 위안이 그들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것을 딛고 일어서며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불안과 우울은 나의 일부이지만, 그들이 나의 전부는 아니다.  그렇기에 때론 뒤로 물러나기도 하지만,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나에게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결국 나를 구할 수 있는 건 나뿐이다. 나는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빛을 찾을 수 있다.


포기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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