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친해지는 연습 중입니다

DAY 1. 안하던 일을 하기 시작했다.

by 청포도라떼

파혼을 한 뒤 나는 나를 일으켜 세워야 했다.

뭔가 거창하다 라는 생각이 드는 말이지만, 사실상 나를 회고하는 작업을 하지 않은 채

삶을 나아가는 그 자체가 더 위험한 지금이기 때문이다.


하나씩 안하던 행동들을 해보자고 결론 생각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원래 하던 행동에 의미를 더욱 부여하고, 또한 안하던 일을 해보자.

그렇게 정했다.


3월은 하염없이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

더 뾰족하게 말하자면, 우리집과 여동생 집 두가지를 제외한 나머지

다른 카페나, 도서관 등 아예 집 1KM에 있는 편의점도 일절 가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혼자 고립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나서 어느정도 나와 치유된 지금.

엄마가 추천한 수영장에서 걷기를 꾸준히 했다.


평일은 일을 가서 주말에 엄마와 나 이렇게 가곤 했는데.

대휴를 쓴 오늘은 왠지 무작정 가고 싶었다.

평일에 나혼자 가는건 처음이였기에, 엄마가 어떤 걸 챙겨서 수영장을 갔는지 천천히

복기해보았다.


먼저 파란 수건을 담아 검은색 봉투에 집에 넣고,

검은색과 파란색이 차례로 줄무늬 형태를 잡고 있는 부끄러운 수영복을 손에 집어든 채

검은색 수영모를 꾸깃 접어 봉투에 담았다.


그렇게 갔다.

내리 쬐는 햇살에 검은색 모자를 쓰고, 검은색 봉투를 챙겨서 검은 가방에 넣어

검은 포장 도로를 거닐었다.

날은 땀이 주르륵 나는 여름이였고,

온도는 27도를 육박했다.


30분간 윤미래 노래를 듣고, 흥얼거리며 도착한 실내수영장.

10시 30분의 시간에 사람이 이렇게 붐비는 지 몰랐다.


너무 신기했다.

평일날, 어르신들이 빨개 벗은 채로 서로의 건강 안위를 말해보는 이 상황이

어찌나 웃기고 대단하고 우리나라는 건강한 어르신들이 많구나

라는 혼자생각을 끄덕였다.


나 역시 발가 벗은 몸으로 샤워 순서를 기다렸다.

똑똑 내 뒷 어르신이 내 차례가 되면 알려줄테니 들고 있는

가방은 밑에 놓아 두라고 했다


참나. 내가 무거울까봐 한 배려인지 모르겠지만,

웃음이 나왔다. 단지 어르신들 보다 나이가 어리다라는 이유로

샤워를 하다가 수영복으로 갈아 입을때 매무새를 한번 다듬어주셨다.

끈을 위로 올리면서

'젊으니까 참 이쁘네'


요즘따라 이쁘다 소리를 1일1회정도 듣고 있어서.

늙어가는 나에게 어찌나 황송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르신의 한마디에 재빨리 후다닥 샤워를 끝내고,

수영을 못하는 나는 걷기 보행을 하려고 수영장에 들어갔더니,

에라잇.

이게 뭐야.

걷기 보행 팻말이 사라지고 연습용 패널이 2개 자유수영이 2개로 나왔다.

어 이랬던 적이 없던 주말이라 혼자 당황하다가 유아 풀장에 쓩!


아쿠아 로빅이 시작되기 전이라서 그런지

어르신들이 유아 풀장에 그득있었다.

이건 뭐랄까? .. 웃겼다.

나는 어머니들 사이에 끼여서 그들이 하는 말을 몰래 들었다.


내 아들이 아직 장가를 못가고 있다는 둥,

우리 살이 부드러운 색시가 온다.

젊은 아가씨가 오늘은 안나온다고 하더라.

등등 서로 근황을 이렇게 말하는 걸 엿들었을때 참

우리의 오지랖이라고 하면 오지랖이지만 서로에게 관심이 많은 나라 답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거나말거나 나는 무릎이 안좋아서

열심히 다리를 펴서 물장구를 쳤다.

그렇게 한 15분정도 치면서,

맞은편에 있는 수영연습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11시 어머나... 뭐랄까?

형광 노란색의 수모,

현란한 수영복을 입은 어르신들이 3줄이나 차지하는

아쿠아로빅이 시작되었다.


이 장면은 어우 너무 신기했는데

젊은 남자 강사분께서 음향장비를 툭툭 건들더니

뿐이야 라는 노래가 나왔다.


나는 처음 있는 일이라서 뭐든 신기했다.

그 뿐이야 노래에 맞춰서 어르신들은 머리를 좌우로

다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신남을 표시하였다.


허리가 아프다는 엄마 역시도 화 목요일날

이와 같은 행동을 한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계속 되었다.

아 엄마 너무 귀엽겠다.

어머 너무 웃기다.


그 어르신분들의 모습에 우리 엄마의 모습이 비쳤다

너무나 열심히 따라할것 같은 엄마.


나는 걷기보행 칸에서 열심히 걸었다.

그리고 주말과는 다른 평일모습.

선두를 끊은 남녀 어르신들은 서로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레일 절반 길이는 여자 어르신이 먼저 끊고 저 반대편 끝에까지는

남자 어르신이 끊었다.


역시 여기서도 그들의 법칙은 존재했다.

나는 여자였기에 여자 어르신의 뒷꽁무늬를 졸졸 따라갔다.

어미를 따라가는 새끼의 모습과 비슷하여

또 3세 어린이 처럼 엄청 웃었다.


웃는 모습을 보고 나 원래 이렇게 호탕하게 웃을수 있었구나

라고 또 내 모습을 보고 신기해했다.


이렇게 나는 신기한 광경을 보고 난 뒤라 참으로 행복한 하루라 여겼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래, 결혼보다 파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