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화. 날씨 비를 맞으며 걷는 건 낭만이라 좋은건가? 아픔이라 좋은건가
때는 중학교 1학년 14살.
중학교에서 집까지 거리는 걸어서 20분.
무슨 서러운 일이 있어서인지 모르지만 한창 장대같이 내리는 비에 검정우산은 손에 쥐고만 있고 펴지 않았다. 비에 젖은 생쥐처럼 쫄딱 비를 맞고 하굣길을 걸었던 때가 있었다.
소나기 같던 내 감정에 격변을 겪었던 사춘기 낭만이라고 치부할 법한 행동을 30대 중반인 지금도 했다.
언제 했냐고? 바로 어제 아 진짜 나 참 어이가 없는 행동을 했네라고 했지만.
연인과 싸우고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지만 내 감정을 삼켜야 했던 싶은 어제
그 감정을 삼키기 위해 가을 저녁비를 온몸으로 맞았다.
찔끔찔끔 오길래 밖에 나갈 때 우산을 가져가지 않았고 저녁 11시가 다되어갈 때쯤
우두두둑 흠씬 누구에게 맞은 것처럼 검은색 후드티는 찐하게 졌어 들어갔다.
무채색 티가 더 깊게 자기주장을 펼치는 것처럼, 빗속에서 눈물과 함께, 내 화도 하나씩 뜯어냈다.
이 말은 어떤 의미였을까?
내가 앞으로 나가야 하는 방향은 뭘까?
이 사람과 같이 해야 하나?
내가 이 감정을 느껴도 되는 걸까?
나는 분명 내 말을 조근조근 말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고민들이 한꺼번에 뇌를 치기 시작했고, 비를 맞는 만큼 잘게 부서진 고민은 하나씩 나름의 답을
내려지고 있었다.
이 말 뜻은 나쁜 의도로 말하지 않았을 텐데
나는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혼자 답을 낼 수 있을 거야 나를 믿자.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건 맞는 거야
조곤조곤 큰소리 내지 않은 건 잘한 거야.
울적한 내 기분을 비가 내리는 시간에 잠깐 담가보니, 오히려 더 명쾌해졌다.
이건 마치 물이 흐른 유리를 닦으면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흠 화를 제대로 못 내고 참는 나에겐
나를 인생 삶에 주인공으로 제대로 각인시켜주기도 하고,
나를 다 잡을 수 있게 하는 날씨는 바로 비가 오는 날이라 맑은 날씨 보단 어둑어둑함을 불러내는
미친 듯이 퍼붓는 비 내리는 날을 좋아하는구나.
사실 비도 좋아하지만 나는 천둥번개를 더 좋아한다.
우르르 쾅쾅하는 소리가 나를 삼켜버릴 것 만 같았고
그 소리가 다들 무서워하는 소리여서, 그 상황에 나는 아무렇지 않지를 보여주는
대담함을 마음껏 뽐내고 싶어 했던 10대의 모습이 나이가 들어도 남아있다.
지금은 그 번쩍하는 모습이 우리 일생의 짧은 스토리를 보여주는 것 같아 더 좋아하긴 하다만 말이다.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날씨와 내가 왜 좋아하는지 글을 쓰면서 정리되었네.
당신은 어떤 날씨를 좋아하는 가요? 왜 그 날씨가 좋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