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잠에 들지 못했다. 그 애 생각을 하느라 그런 건 아니고, 전날 아르바이트의 여파로. 아마 해가 중천일 즈음 졸음이 몰려왔겠지.
단절을 무서워하면서 실수를 중첩하고, 또 가끔은 나 홀로 처박히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게 우습다. 아는 사람들을 등지고 모르는 사람들 틈에 껴서 아무렇지 않게 돌아가고 싶다.
6시가 되면 슬슬 목적지를 찾는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는 걸 볼 수 있다. 월요일 아침 퇴근하고 집에 가며 정류장까지 뛰어가는 사람들을 보는 게 나름의 루틴이었다. 나도 저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지만 시간이 다르게 돌아가는 기분. 단절 아닌 단절.
SNS 없이 돌아가지 못하는 사회에서 차단이란 기능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이제 우리 다신 마주치지 말아요. 그 말을 직접 전달받지도 못하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끝나 버린 기분.
인터넷 없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관계. 얼마나 알량하고 가벼운가.
종종 벌레든 동물이든 인간 외 다른 존재가 되고 싶다 생각하면서도, 다음 날은 힘찬 사람으로 살아 보겠단 다짐을 했다. 얼마나 이어졌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작심삼일? 작심일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런 하루가 조금 더 살아 보고픈 이유가 되었으면. 그리고 후에도 여전히 그 선택엔 후회가 없기를 바란다.
늘 외출의 목적이 사고사란 것을 잊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