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에 동전을 하나만 던지면
무슨 생각해요? 네 얼굴의 점을 세고 있으면 항상 돌아오는 말.
사실 네가 언제 사라질지 생각했어. 그땐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고민 좀 했거든.
있잖아. 너는 한 번도 나를 떠난 적이 없는데 난 왜 이렇게 불안할까.
안다. 아무 사이도 아닌 거. 마치 저가 생명줄인 것처럼 행동하는 나를 받아 주는 모습이 밉다. 곧 죽을 것처럼 행동하다가도 아무렇지 않게 웃는 모습이 퍽 예쁘고, 아름답고, 투명하다. 저 애에겐 온갖 거창한 수식어를 다 붙여도 어울릴 거다.
안아 달라면 안아 줄 것처럼 굴다가도 어느샌가 저만치 떨어져 걷는다. 이리 오래 봤는데, 난 아직도 그 애를 몰라. 나는 널 모르는데, 넌 날 다 아는 것처럼 굴어.
그 정도의 선. 넘으려 들면 선을 옮겨 밟지도 못하게 하는데, 그래도 너한텐 안 닿는다. 신기하지.
안녕. 오늘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지냈어. 밥은 먹었니. 지금 기분은 어때. 잠은 좀 잤어?
쏟아지는 말을 하나씩 주워 담고 다시 떨어뜨린다. 묻은 흙을 좀 털어내고, 감정을 묻혀서. 그러면 그 애는 삼 보 떨어져 걸으며 고개 숙여 바라본다. 아무도 잡을 생각 않는 말을 호수에 던져 보자. 이러면 우리 중 누가 호수일까.
너는 웃는 게 정말 예뻐. 근데 그럴 때마다 넌 혼자 어디 붕 떠 있는 것 같아.
말은 부유하고 시선은 바닥으로 처박힌다. 꼭 겁먹은 듯이 벌벌 떠는 손을 잡으면 다시 웃는다. 똑같은 얼굴로. 뭐가 그렇게 무서울까. 넌 갑자기 어디로 사라지면 안 돼. 알았지. 답이 없는 손만 꼭 붙잡고 고개를 젖혀 눈을 감았다. 바람이 앞머리를 흔들며 지나간다. 아 시원하다.
네가 나 먹여 살려 줄래. 연인인 냥 손 꾹 붙잡고 공원을 세 바퀴쯤 돌았을 때 뱉은 말이다. 그러면 말없이 웃었다. 고개를 손에 파묻고.
바다 가자. 겨울 바다가 낭만 있잖아.
추워진 날씨에 잡은 손을 놓고 주머니에 넣어 집까지 걷는다. 아주 어릴 때부터 같이 걷던 길. 길 가 시멘트에 찍힌 발자국을 지나친다.
저거 아저씨들 몰래 들어가서 찍고 나온 건데. 그땐 내가 너보다 발도 더 컸다. 건물들 사이로 모습을 보였다 감췄다 숨바꼭질을 하는 달만 쳐다보며 걸으면 차가운 밤공기가 목을 스친다.
내일은 목도리를 하고 나와야겠다. 너도 따뜻하게 입어. 춥네. 꽁꽁 싸맨 그 애를 보고 말하려다 도로 집어넣는다. 이제는 말 안 해도 알아서 잘 챙기는구나.
가택이 줄 서 있는 골목길에는 티브이에서 흘러나오는 까르르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침묵을 소음으로 메워 천천히 걸으면 그 애는 내 발걸음에 맞춰 여느 때와 같이 삼 보 뒤에서 따라오지.
앞을 보고 말하면 길지 않은 침묵을 데리고 뒤에서 답장이 날아온다. 짧은 시간 동안 고민했을 얼굴이 궁금하지만 뒤돌아보지 않는다. 그럼 잘 가. 내일 또 보자는 무언의 약속은 삼킨 채.
집에 들어와 무거운 옷을 벗어 옷걸이에 걸고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네가 내일 떠나면 난 어떡해야 하지. 내가 떠나면 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