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나눔

그리스도의 몸과 피

by 어엿봄

내가 어떠한 고통의 깊이를 감내해야 했는지 사실 지금 이 순간에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덤덤하게 나는 세상이 혹은 내가 스스로에게 지운 십자가를 지고 나아간다. 억울할 때도 있었지만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받아들인 이후 나는 꽤 씩씩하게 나아갈 수 있었다. 나의 그 씩씩함이 울고 있는 그대를 위로하기를 진심으로 소망해 온 나의 길이었다.


배를 주리면서도 당신의 말씀에 푹 빠져 있던 많은 사람들을 예수님은 따뜻한 사랑으로 돌보셨다. 마음과 몸의 치유 그리고 생명의 보증. 제자들이 모은 얼마 안 된 빵과 물고기를 가지고 많은 이를 흡족하게 하신 주님이셨다.


나도 배가 고팠다. 그러나 빵 바구니에 손이 먼저 가질 않는다. 우선 자리 잡고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빵을 나눠주어야 한다. 우리 주님 역시 빵을 들어 감사의 기도를 올리신 뒤 주린 배를 채우려 아직 빵을 집지 않으셨다. 나는 바삐 움직이며 일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모두 배불리 먹고도 잔뜩 빵이 남은 걸 보고서야 주님께서 자리에 앉으시니, 나는 그분의 식탁에서도 봉사자가 되겠다 다짐하였다. 사실 나는 눈치도 없고 손도 느려서 일을 잘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나는 주님께서 배불리 드실 때까지 그분 옆에서 시중을 들길 원했다.


나의 주님은 나를 식탁에 앉히시고 나의 시중을 들고 싶어 하시는, 종을 사랑하는 주인이시다. 하지만 나의 사랑은 차분히 앉아 있지를 못한다. 라테란 대성전에서 산타 마리아 마죠레 대성전까지 교황님께서 직접 성체를 모시고 행렬하시는 데 군중 속에 섞여 그 뒤를 따라가며 참 감사했다. 걸음 하나하나에 나의 사랑을 담았다. 나의 사랑은 그렇게 당신께 나아가고 또 당신을 따르는 사랑이었다. 당신이 몸과 피를 내어주며 우리를 살리신 것처럼, 나 역시 쪼개지고 부서진 빵이 되어 생명을 나누고 싶다고 속삭였다.


반가운 손님을 위하여 따뜻한 식사 한 끼를 차리는 상상을 했다. 요리는 고되다. 그러나 보람이 있다. 재료를 다듬고 불 앞에서 요리를 하며 시간을 맞추느라 발을 동동 거리는 그 순간에도 나의 마음은 내가 대접하고 싶은 그 손님에게 향해있으므로 즐겁다. 나는 그 따뜻한 식사 한 끼를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나누고 싶다. 조금 힘들지만 그 가슴 벅찬 여정의 매력을 나는 이미 맛보았다. 내가 그리는 주님의 식탁은 그러한 고된 설렘으로 마련된 한 상이다.




매일의 양식으로 나를 찾아오시는 주님께


내 안에 들어온 작은 동그라미는 나의 우주입니다.

나의 기쁨과 슬픔이 생명을 얻는 세상입니다.

작은 동그라미는 나의 고통을 먹고 자라지 않습니다.

그 동그라미는 나의 사랑을 먹고 살을 찌웁니다.

나의 사랑은 그 작은 동그라미 안에 내가 온전히 들어가도록 작아지는 것입니다.

아주 작은 점 하나가 되어 동그라미 안에 영원히 머무렵니다.


부서질 것 같은 나의 연약함을 다 아시고도 나를 택하시고 머무르시는 주님이시여,

너무 큰 동그라미는 차마 내 안에 들어올 수 없기에 작아지길 선택하신 님이시여,

그러나 당신은 점점 더 커지시고 나는 더 작아져야만 하오니 어떠한 작음에도 갇히지 마시옵소서.

비록 작은 동그라미라 하나 신비한 사랑의 힘으로 생명의 나눔을 계속하소서.

끊임없이 부서지는 가운데 점점 커지는 생명으로 인하여

나를 살리시고 또 이 세상을 구원하소서.


우리 모두 당신 사랑에 흡족하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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