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별의 조건

후회 없을 사랑의 표현

by 어엿봄

길거리 꽃마차에서 분홍 카네이션 한 다발을 골랐다. 선물할 거라고 했더니 주인아저씨는 원래 쌓여 있던 포장지를 벗겨내고 잎을 섞어 새로 예쁘게 싸서 내게 주었다. 그는 웃돈도 받지 않고 새까만 손톱으로 거스름돈을 헤아려 내어 준다. 꽃을 다루는 이의 마음은 그렇게 곱고 아름답다. 그 마음 담아 고운 꽃다발에 감사의 인사말을 적어 꽂았다. 오늘은 그동안 나를 동반해 주셨던 교수님과 이별하는 날이었다. 꽃다발을 받아 들고 아이처럼 기뻐하던 교수님은 바로 화병을 찾아 꽂고 물을 주셨다. 그렇게 나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시들지 않게 되었다.


그동안 교수님과 함께 했던 시간을 돌아보고 충분히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몇 차례의 이별을 통해 나는 이별을 배운다. 이별은 언제나 슬프다. 좋아하는 사람과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늘 지지해 주고 격려해 주던 존재가 사라진다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그러나 이별은 아름답다. 이별을 통해 내가 받은 사랑이 얼마나 컸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그 사랑이 나를 얼마나 성장시켰는지 또한 알게 된다. 때문에 자연히 솟아나는 나의 사랑은 상대에게 향할 수밖에 없다. 나는 가장 고운 마음과 예쁜 말로 사랑을 전한다. 꺼내지 못한 마음 남지 않도록, 뒤돌아서 후회하지 않도록 헤어짐의 슬픔을 이야기하는 나는 그렇게 자유로워진다. 내가 바라는 만큼 나는 내 사랑을 마음껏 드러낸다.


상처가 된 이별들이 있었다. 우리 서로 돌아서야 할 그 순간이 두려워 쏟아내지 못한 사랑이 있었다. 나를 아껴주었던 상대에 대한 고마움보다 헤어짐의 아쉬움이 커서 그를 원망하고 울던 때가 있었다. 이별하는 법을 알지 못했던 그때의 나는 부족했던 사랑만을 탓하며 나를 계속 아프게 했다.


내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는 늘 실수를 한다. 이별의 과정에도 수많은 실수가 있었다. 헤어짐이 그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나의 마음을 충분히 표현한다는 게, 나 스스로에게는 배려가 되지 않았던 적이 있다. 나를 지켜내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별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배운다. 아름다운 이별, 그 좋은 이별은 지난 이별들의 상처를 낫게 한다. 이별이 아름다울 수 있는 까닭은 충분히 사랑했던 시간에 대해 서로 감사할 수 있으며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홀로서기를 택한다. 그대와의 이별이 완전한 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대의 목소리는 이제 나의 목소리가 된다. 주저앉아 있던 나를 일으켜 세우고, 따뜻하게 안아주었던 그 목소리는 이제 나의 것이다. 그러나 그 목소리를 택하는 건 나의 몫이니 나는 완전히 자유롭다. 우리의 사랑이 나의 것이 되었으니 나는 그 사랑 딛고 일어나 날아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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