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의 죽음과 부활

Grazie Francesco! Prega per noi!

by 어엿봄

하늘에서 온 우리의 숨이 언제 거둬지고, 어떻게 나의 육이 흙으로 돌아가게 될지 알 수 없다. 그렇게 언제나 마지막은 예기치 못한 때에 찾아온다. 그러나 누군가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결정하니 그는 인간이 자유로운 존재임을 증명한다.


파스카 축제가 시작되기 전,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실 때가 온 것을 아셨다. 그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요한 13,1-2)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벗이자 아버지였던 교황 프란치스코(1936-2025)가 우리 곁을 떠났다. 그는 자신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돌아갈지 알았으며, 자기 아버지의 뜻에 충실하였다. 아버지가 사랑하여 맡기신 그분의 자녀들을 자신의 형제요 누이로 보살폈던 그는 당신이 사랑한 그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였다. 그렇게 언제 찾아올지 모를 마지막 순간까지 사람들 곁에 함께 하는 것, 그들을 사랑하여 자신을 완전히 내어주는 죽음을 선택하였기에 그는 자유로웠다. 아버지에게 받은 사랑과 힘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썼다. 그렇게 그는 아버지의 뜻을 이루고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 이 시대의 또 다른 예수로서 그렇게 그는 사랑이라는 소명을 완수하였다. 숨이 떠나간 자리에 미소만 남기고,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가장 큰 축제를 즐기는 이때에 그는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은 그렇게 부활이 되었다. 슬픔은 슬픔으로 남지 않고 고통 또한 고통으로 끝나지 않는다. 죽음이 끝이 아니기에 우리에겐 늘 희망이 있음을 그는 몸소 보여주었다. 2025년 대희년을 사는 희망의 순례자들에게 가장 큰 모범이 된 그를 이제 우리가 따라야 할 때다.




지난 부활대축일 낮에 감사하게도 나는 성 베드로 광장의 미사에 참석할 수 있었고, 또 교황님의 마지막 강복을 받을 수 있었다.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분이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시리라고는 상상하지 않았다. 월요일 오전 교황님의 선종 소식을 들었을 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사실 전대사 후에 광장에 내려오셔서 신자들에게 인사하실 때 이미 힘들어 보이셨었다. 그 선명하고 생생한 기억에 더욱 그분께서 아버지께로 떠나셨음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믿기 힘든 이별에 나는 증언한다. 그분은 그분이 살아오신 방식 그대로 끝까지 사랑하셨노라고 그분은 언제나 사람들과 함께 하길 원했고 그들에게 자신을 내어주길 원했기에 자신만을 위해 삶을 보전하길 바라지 않으셨으리라고 말이다.


누군가 울 때 함께 울어주는 것이, 또 그가 웃을 때 함께 진심으로 웃어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짧은 삶의 경험으로 나는 잘 알고 있다. 고통 속에서 희망을 놓지 않는 것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그런데 교황님은 당신 생 마지막 사순시기를 병상에서 고통당하시며 더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세상의 약자들을 기억하셨다. 제발 무기를 내려놓고 평화를 위해 협력하라고 끝까지 당부하셨다. 아흔아홉의 목숨이 한 사람의 목숨보다 훨씬 값이 나간다고 계산하는 우리에게, 한 사람이 얼마나 고귀한 존재인지 가르쳐주셨다. 어느 누구도 소홀한 대접을 받아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는 귀하고 귀한,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존재다. 때문에 그분께서는 모든 고통받는 이들을 품에 아우르시고 위로하고자 하셨다. 죄인들의 발을 씻겨주고 입을 맞추며 당신과 내가 다르지 않은 하느님 자녀임을, 모두 자비가 필요한 죄인임을 고백하셨다. 그분의 모든 가르침은 예수를 향한다. 그렇게 그분은 이 시대에 어떻게 사는 것이 하느님 보시기에 좋을지, 직접 예수가 되어 우리와 함께 사시며 알려주셨다.


다시 사람 하나를 본다. 그의 눈을 보고 웃고 또 운다. 그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다. 그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연민의 마음이 든다. 부드러운 손으로 그를 어루만진다. 내게 최초의 숨을 불어넣으셨던 하느님 아버지처럼, 나를 죄의 죽음에서 살리신 예수 그리스도처럼, 그리고 우리 가운데에서 주님의 사랑을 몸소 실천하셨던 프란치스코 교황님처럼 살고 싶다는 꿈이 자라난다.


이제 우리 곁을 떠나 천상의 복을 누리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나의 이 작은 바람이 닿기를 기원한다.


그동안 참으로 고생하셨어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제 우리를 위하여 기도해 주시길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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