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8주일] 나의 이름은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루카 12,15)

by 어엿봄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
어떤 부유한 사람이 땅에서 많은 소출을 거두었다. 그래서 그는 속으로 '내가 수확한 것을 모아 둘 데가 없으니 어떻게 하나?'하고 생각하였다. 그러다가 말하였다. "이렇게 해야지. 곳간들을 헐어 내고 더 큰 것들을 지어, 거기에다 내 모든 곡식과 재물을 모아 두어야겠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해야지. '자,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 (루카 12,15-21)


나의 생명은 내가 모은 것, 내 이름으로 쌓아둔 그 모든 것에 달려 있지 않다. 내 이름 하나로 사는 세상은 사실 너무 좁다. 내가 수확한 것이 아무리 많다 한들 그 좁은 세상에 켜켜이 쌓아두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나는 내 이름으로 살되, 그 이름에 갇히지 않으니 나는 나 스스로의 영광을 찾지 않는다. 내 이름이 존재하기 이전에 이미 존재했던 이름. 나를 구원하여 살게 하는 그 이름에 모든 영광이 있다.


자신을 아는 건 참 중요하다. 나 자신의 역사를 이해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작업인지 가끔 잊는다. 그 어느 것 하나도 나 혼자 이뤄온 게 없다. 우리는 관계를 산다. 내가 속한 이 세상이 나를 증거 한다. 어쩌면 내가 흔히 짓는 미소조차도 내 역사의 산물이니, 나를 있게 한 사랑의 흔적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의 모든 것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내 이름 석자 새겨두고 잔뜩 쌓아둘 것들이 아니란 말이다.


나는 나 자신에게 말하지 않으리라. 스스로에 갇힌 그 부유한 부자는 불행하다.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았지만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땅에서 거둔 그 많은 소출을 두고 그는 그 누구에게도 감사할 줄 모른다. 풍성한 소출을 낸 비옥한 땅과 알맞은 때에 비를 내려주고 뜨거운 햇볕을 전해 준 하늘에 감사할 줄 모른다. 소출을 거두도록 도운 그의 일꾼들에게 감사할 줄 모른다. 그 모든 것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할 줄 모르니, 모든 영광은 자신의 것이다. 그러니 그는 그 누구와도 대화할 줄 모른다. 그가 내뱉는 찬사는 그저 허공에 흩어져 버릴 독백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말하고 싶다. 수고한 나 자신에 대한 고마움이 하느님께 대한 영광이 되길 소망한다. 나를 있게 한 세상에 대한 고마움이 세상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향한 찬미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 이름은 누군가가 불러주기 이전에 그저 의미 없는 소리에 불과하니, 나는 당신이 내 이름을 부르는 그 순간에 살아서 기뻐하며 응답하리라. 나의 이름은 그렇게 당신의 빛 받아 반짝이리라.


제가 여기 있습니다. 저의 것이 모두 당신의 것이오니, 당신께 모두 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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