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시 경당에 머무르다 나왔어요.
책가방이 무거워 버스를 탈까 고민했지만 가방 보다 무거웠던 마음 잠시 달래줘야 했기에 밤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터벅터벅 계단을 올랐을 때 대통령궁 앞에 진을 친 경찰들 때문에 살짝 길을 돌아야 했죠.
그렇게 아주 잠시 길을 벗어났습니다.
일탈을 꿈꾼 하루였지만 아주 잘 버텨냈어요.
저의 감정이란 뒤로 미뤄두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했던 그런 하루였습니다.
사실 저녁 조배 중에 살짝 울컥했거든요. 가끔 그럴 때 있잖아요.
꾹 참았던 열기가 내 작은 눈망울에서 터져버리는...
아침의 어떤 대화가 내 마음에 내내 남아서였을까요. 어제 다짐한 유연함이란 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충분히 고민했기에 스스로에게도 그리고 당신께도 부끄럽지 않은 나의 원의였지만
가끔 세상은 그 숨겨진 시간의, 내 역사의 의미를 알아채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요. 내가 틀렸을 수도 있죠. 그러나 나의 방향은 틀릴 수 있어도 내 존재가 틀리지 않았음을 기억해요.
우리 누구나 각자의 숨겨진 자리에서 노력하거든요.
쉽게 말할 수 없었던 아픔과 고단함이 있었지만 그걸 다 설명하지 않는 이유는
그게 내게 너무 소중해서 쉽게 입에 담고 싶지 않은 거랍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다시 침묵을 배웁니다.
내가 나를 살리기 위해 버려야 하는 나 자신이 있다면 그게 뭘까요?
나에게 필요한 일탈은 무엇일까요?
잠시 벗어나야 하는 길이 있다면 새 길 또한 당신께서 환하게 밝혀주세요.
밤길이 밝았습니다.
나의 밤도 그토록 환하고 아름답기를 소망했지요.
세상에 드러나지 않을 나의 밤을 당신께서 간직하시고 예쁘게 가꿔주시기를.
나의 가리어진 눈이 뜨일 그날 나는 나를 버려 당신을 취하였고 그렇게 살았노라고 고백할 수 있길.
그러니 잠시 아주 잠시만이라도 벗어나 나아가야 할 길을 당신께서 친히 보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