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지는 하늘은 그만의 아름다움을 지녔지요. 빛이 너무 강렬하여 그대로 바라보기가 어려웠어요.
소리 없이 저무는 태양이 자유롭게 물들이는 하늘에 내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참으로 넉넉한 위로였습니다.
더 머무르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북적이는 게 나를 약간은 불편하게 했어요.
그래서 그저 하늘의 위로를 마음에 품고 길에서 돌아섰지요.
하늘을 바라다보면 세상과 떨어져 맑게 또 밝게 빛나는 아름다움에 모든 걸 뺏기게 돼요.
어쩌면 다 잊어버리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죠.
이 땅의 일들일랑 모두 지워버리면 저 하늘의 자유로운 빛깔들로 온통 내 존재를 물들일 수 있을까요?
그렇진 않을 거예요.
받아줄 땅이 있어서 그 둘 사이의 반듯한 경계가 있어서 서로가 어울리며 다양한 빛깔을 내는 거겠죠.
저녁은 잠시 쉬어가야 하는 시간입니다.
한참 길을 걷다 버스를 탈 일도 아닌데 정류장 의자에 덜컥 앉아 버렸어요. 다리가 아팠거든요.
어느새 밤이 오고 있었죠. 아침이 주는 고요함과는 다른 차분한 침묵이 세상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도심은 아직 시끄러웠을 텐데 잠시 아주 잠시 사람들에게서 벗어나는 꿈을 꾸었어요.
하늘과 땅, 나는 그 사이 어디쯤에 있는 것일까요?
반복되는 무력감이 있었거든요.
나는 그 무력감으로 그저 시간을 살아내기로 다짐했었어요. 버티다 보면 다 지나가니까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난 당신이 가르쳐 준 기도만을 반복했는데 어느새 고통의 기억도 희미해지더라고요.
나에게 저녁은 그렇게 하루의 피로와 내 생의 아픔들이 아련하게 내 시야를 흔드는 시간입니다.
따뜻하고 다정하게 위로받아야 할 나의 자리입니다.
상처로 가득한 땅을 하늘은 그렇게 자유로운 빛깔과 아름다움으로 위로하고 치유할 거예요.
그러니, 전쟁의 소식에 가슴이 무너져내려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다시금 주저앉아도
다 놓아버리지는 않겠어요.
하늘과 땅 사이에서 다시 일어나 내 사랑하는 작은 이들의 눈을 마주치고 그들에게 손을 내밀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