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내 위로 쏟아져요.

by 어엿봄

학교 가는 길이 지겹지 않은 건 내게로 쏟아지는 봄을 팔 벌려 안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거리의 나무들 끝에 작은 새순이 돋아나요. 연둣빛이 새 계절을 알려옵니다.

그래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자연스레 흩어지는 초록잎들이 내 눈에 걸려,

발걸음을 자꾸만 멈추게 되는 거예요. 너무 바쁘지도 않고 또 무겁지도 않은 내 존재를 자신의 빛깔로 물들이는 이 계절을 끌어안습니다. 그러고는 혼자 씩 웃고 살짝 경쾌한 리듬으로 다시 걷곤 하죠.


내가 찾기도 전에 먼저 나에게 다가와주는 봄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어요.

사실, 이 계절의 변화무쌍함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거든요.

꽃이 활짝 피기까지 아직은 몇 번이고 더 추운 바람을 맞아야 할 것이고,

시린 손 주머니에 꼭 넣고는 잰걸음으로 한참을 달려가야 하겠죠.

뼛속으로 파고드는 거리의 냉기가 지겨워지는 때라고나 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새로운 빛깔에 눈을 뜹니다.

생명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에 마음 흔들립니다.


내게 막 쏟아지는 봄에게 바라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아무 바람 없이 그냥 따스한 봄바람에 쓸려 지나가버렸으면 좋겠군요.

작은 꽃들이 소리 없이 피고 지는 그 틈을 타 지구 어느 한 구석에 활짝 피어난 이름 없는 꽃처럼

그렇게 아주 반짝하며 내 할 일을 다 하고 사라지면 좋을 것 같아요.

어쩌면 내가 해야 할 일은 아니고 그저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그냥 나의 때를 사는 것일 수도 있죠.

모든 게 자연스러웠으면 좋겠어요.


내 위로 쏟아지는 봄을 어찌할 수가 없어서 그냥 모른 척하고 온통 나를 그 아름다운 빛으로 물들이겠어요.

그래서 새 계절의 고운 생명이 나의 것이 되었으면 합니다.

나뭇가지 끝의 작은 잎은 아주 힘을 많이 들여서 태어난 것은 아닐 거예요.

그저 자신을 살아낸 끝에 짧은 순간 터져버린 봄의 아우성과도 같은 것이겠죠.

기쁨의 탄성 같은 게 아닐까요.

가끔 즐겁고 신날 때 나도 모르게 웃게 될 때 터져 나오는 소리랄까요.


고맙게도 나에게 먼저 다가와주는 봄을 반갑게 맞이하며 나는 살며시 웃어볼래요.

조용히 부르는 내 미소의 노래로 내가 살아 있음을, 내가 여기 이렇게 빛나고 있음을 기억하겠어요.

눈부신 햇살에 얼굴 찡그리지 않고 그 뜨거운 볕 내 안에 다 스며들 때까지 서 있을게요.

그러면 언젠가 내 손가락 끝에서도 생명의 잎이 싹트기 시작하겠죠.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아주 무성해져서 작은 새들이 깃들었다 가는 집이 될 거예요.

그때엔 당신도 내게 말해주시겠어요? 여기 이렇게 쏟아짐이 참 좋다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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