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흐르고 또 날아가는 친구들이 있어요.

by 어엿봄

아주 오랜만에 테베레 강을 건넜어요. 오늘 오로지 저를 위해서 시간을 쓰기로 했습니다.

오전 9시 제수 성당 주일미사 후 이냐시오 방에서 기도를 하고, 유대인 동네의 골목을 통과해 트라스테베레까지 가기로 계획했죠. 점심 식사 약속이 12시 30분이었으므로 여유가 있었습니다.


아침 미사에 늦을까 봐 마라톤 인파를 헤치고 바쁘게 걸어간 것 빼고는 천천히 움직였죠.

하늘이 흐려지더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파란 하늘이 못내 아쉬웠지만 무얼 걱정할 것 없는 주일이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우산을 폈습니다. 테베레 강 가운데의 작은 티베리나 섬에 들어가기 위해 체스티오 다리를 지나가게 됐어요. 흐린 하늘 따라 더 깊어 보이는 강물이 세차게 흐르더군요. 그 위를 갈매기들이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다들 살아 있었어요.

사진을 찍고 카페를 마시고 즐기는 사람들 위로 또 아래로 활기찬 생명이 있었습니다.


오늘 저의 주제는 몸의 편안함이었는데요.

죽어서 천으로 꽁꽁 싸인 채 이미 무덤에 누워 있는 라자로를 당신께서 살리시잖아요 (요한복음 11장 참조). 그 라자로에게 "이리 나와라." 이르시고 또 사람들에게는 "그를 풀어 주어 걸어가게 하여라." 하고 말씀하신 당신을 만났죠. 죽은 지 며칠이 지나 벌써 나쁜 냄새가 나기 시작한 몸이 새로워진걸요.

그래서 나는 기도했어요. 이 몸을 살리시라고요. 그저 내가 나 스스로와 편안할 수 있도록, 걸림 없이 내 모습 그대로 걸어 나갈 수 있도록 자유의 생명을 주시라고 기도했어요.


그러고는 다 잊어버리고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밖에서 오들오들 떨다가 오랜만에 따뜻한 한식을 배불리 먹으니까 좋긴 좋더라고요. 오늘 자리는 평상시에 저를 괴롭히는 진지한 고민들을 나눌 필요는 없는 자리였어요.

그래서 그냥 잘 먹고 잘 떠들다가 천천히 걸어서 돌아왔습니다.

나의 몸이 그렇게 긴장할 필요가 없는 시간을 보낸 거 있죠.


피부를 꽁꽁 싸맨 천에 숨 막혀 무덤에 갇혀 있는 그런 고정된 나는 아닌가 봐요.

아, 당신께서 내 기도를 들어주신 것이겠죠.

이제 멈추지 않고 흐르고 또 날아가는 친구는 나 자신이 아닐까요?

나는 당신께 살아있고 자유로운 그래서 함께 있기 편안한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