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심장을 누른 머리를 향한 용서

by 어엿봄

아는 게 없어서 불안할 때가 있다.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어떻게 내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

내가 말로 표현해 낼 수 없는 그 앎 없이 나는 함부로 말을 하지도 또 몸을 움직이지도 못했다. 그래서 존재로 경험한다는 게, 그저 따뜻해진 마음을 느끼고 그걸 연다는 게 어떤 건지 명확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단지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없다는 이유로.


모든 게 분명하길 원하고 있었다.

정확한 태도로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함이나 불안함을 주는 일 없이 내게 맡겨진 임무들을 수행하고 싶었다. 그렇게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 되어갈수록 내 머리는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무거워졌다.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 혼자서도 잘한다는 걸 보여야
사람들이 나를 믿어주고 인정해 줄 것이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지면 그건 내가 약해졌다는 증거다.
내가 약해지면 결국 나는 세상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강하게 일어서도 혹 불안하거나 힘들다는 건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내가 잘못했다면 내가 잘못된 존재인지도 모를 일이니, 그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잘잘못을 따져 모든 것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


그러나 무거워진 머리의 앎은 내 따뜻한 심장의 본질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 온도를 측정하려면 심장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어야 했을 것을, 머리는 차가움에 혼자 벌벌 떨면서도 한걸음도 움직여 내려오지 못했다. 무거움이 보드라운 살의 따스함을 가리고 또 짓누르고 있었다.


가끔 심장 뛰는 소리를 듣고 또 그 박동을 느낄 때면 내가 살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죽지 않고 살았음이 분명했다. 내 존재에 대한 앎은 그렇게 항상 심장에게서 왔다.

누군가를 향해 마음이 움직일 때 나는 살아 있음을 느꼈다.

내 안에 세상에 대한 사랑과 희망이 죽지 않았음을 나는 알 수 있었다.

나란 존재의 소명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나의 따뜻한 심장은 자신의 살아 있음으로 나에 대한 그리고 세상에 대한 앎을 키워왔다.


무거웠던 머리의 고단한 노동을 심장이 몰랐을 리 없다. 심장은 머리의 수고로움을 진심으로 알아주었다.

그러니 머리의 무지함을 이제 탓하지 않고 용서하련다. 용기가 없어서 굳어 버렸던 그 차가운 머리를 용서하고 매만져주고 싶다. 복잡한 고민 속에 나에 대한 숱한 걱정을 쏟아냈던 머리의 애석한 사랑을 받아주겠다.

따뜻한 심장의 온기로 쓰다듬어줄 터이니, 이제 한시름 놓기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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