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1주간 금요일] 먼저 하는 화해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예물을 바쳐라. (마태 5,24)

by 어엿봄

내 마음을 그에게 열어 보인 적이 있었던가. 내가 싫어하고 또 좋아하는 당신에 대한 이 마음을 그대로 전한 적이 있었던가. 아니, 나에 대한 당신의 마음을 들어주고 받아준 순간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 전하지 못해 뒤섞인 채 켜켜이 쌓인 감정덩어리가 어느새 우리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만 같다.


오늘 주님은 자기 형제에게 '바보!'라고 하지도 말고, '멍청이!'라고 하지도 말라 신다. 만일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 하다, 그 순간 나와 갈등 속에 있는 누군가가 떠오른다면 당장 예물은 내려놓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를 하란다. 그런 다음에야 돌아와서 예물을 바칠 수 있다. (마태 5, 21-26 참조)


재의 수요일에 사순시기를 시작하며 우리는 하느님과의 화해의 여정으로 초대받았다. 그런데 오늘 말씀은 분명히 누구와 먼저 화해해야 하는지를 상기시킨다. 내가 맺고 있는 관계의 질이 어떠한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얼굴을 떠올리면 자연히 미소 짓게 되는 이들도 있고, 귓가에 울리는 음성에 왠지 몸을 피하게 되는 이들도 있다. 어제 저녁 식사 때 먹은 파스타에 대해 떠들 수 있는 이들이 있고, 어린 시절 무턱대고 삼켜버린 아픈 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이들이 있다. 가끔은 너에 대해 이야기를 직접 하기도 한다.


우리 존재로 말미암아 각자 얼마나 자유로이 숨을 쉬는지, 아니면 서로의 원망으로 인해 가슴이 얼마나 답답한지 터놓고 말해본 적은 사실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렇게 당신과 화해하는 길은 나에게 너무 멀리 있었다. 우리가 함께 사는 이 땅에서 서로 귀를 기울여주는 것만으로도 생명을 살게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말씀으로 창조된 나에게 그 생명의 힘이 살아 있으니,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 말은 그 사명을 완수하여야 한다. 당신은 바보, 멍청이가 아니다. 하느님께서 보시고 좋았다 하신 귀하고 귀한 사랑이다. 당신을 살게 하는 존재가 되고 싶다. 있는 그대로의 너를 느껴, 그것이 슬픔이든 기쁨이든 내 마음에 담는다. 그 마음의 땅에 자라난 꽃 한 송이 그대에게 건네리라. 그것이 아픔이었든 행복이었든 이제는 아름답게 피었기에 그대와 함께 걸어간다. 그야말로 하느님 제단, 그 앞에 내려놓는 이 세상 가장 귀한 예물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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