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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돌담의 매력에 빠지다

(나의 최애 제주 돌담의 매력)

by 제주 스토리 작가

제주도에 많은 것 3가지! 바람, 여자, 돌!
다들 제주도에 오면 육지와 다른 무언가를 느끼게 됩니다
제일 처음으로 느끼는 것은 바람.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시원하게 뺨을 때리는 바람을 만나고, 특히 바닷가 앞에서 휘몰아치는 바람을 맞으면
정신마저 아늑해질 때가 있죠.
어떻게 이런 바람이 불지? 할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 때가 있는데, 사면이 모두 바다로 둘러싼 섬이어서 많은 바람이 부는 거라고 합니다.

제주도 분들은 약간의 바람은 바람 축에도 안 껴준다는 거^^
이제는 저도 이 바람에 익숙해져서 오름에 올라가 바람맞는 것을 제일 좋아하게 되었답니다

두 번째 여자.
제주도에서는 여자들이 많은 노동을 하여 생계를 이어가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남자들이 바닷일 하러 가다가 많이 죽고 여러 번의 전쟁 아닌 전쟁을 겪으면서 여자들이 많아졌다고 해요
물론 지금은 아니랍니다

성비가 비슷해졌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제가 오늘 이야기하려고 하는 주제예요
제주도는 한라산과 400여 개나 되는 오름들이 보여주듯 화산 폭발로 인해 생긴 섬입니다.
화산활동의 결과물로 아름다운 제주가 탄생된 거죠.
아름다운 바닷가 전경, 곶자왈, 오름들, 거기에 많은 돌들까지! 모두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로 많답니다

돌담1.jpg 돌담으로 유명한 하가리 돌담길(아래는 작은돌을 쌓고 점점 큰 돌들을 올린 제주도 돌담의 특징이 잘 보이는 곳)


그중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제주스러움은 바로 돌담인데요

제주도 여행 중의 돌담의 매력에 빠져, 집에 가서도 검은 돌들이 눈에 아른아른 거리더라고요

그 모습을 잊지 못해 제주도에 정착까지^^

제주도에는 화산 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검은 현무암이 지천으로 널려 있어 제주 땅은 전체가 돌밭이라고 부를 정도로 돌이 많이 존재하였습니다
농사를 짓기 위해 돌을 밭 귀퉁이에 모아 쌓아 놓거나, 돌무더기를 헤쳐 돌담으로 활용하여 왔습니다
제주도 돌담은 현무암 돌담 자체가 빚어내는 경관의 아름다움을 인정해
문화관광부가 해녀, 돌하르방과 함께 한국의 100대 민족 문화상징으로 선정하기도 하였습니다

70년대 제주를 찾았던 미국의 라이프지 한 사진작가는 돌담에 대해
"밤하늘의 반짝이는 보석과 같다"고도했습니다

저도 이 부분이 공감이 많이 되더라고요

돌담3.jpg

제주 돌담을 주제로 한 다양한 관광상품이 개발되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07년 시작된 올레길 걷기입니다

저 역시 올레길과 오름을 많이 걷는데, 걷다 보면 밭담, 집담, 산담(무덤), 해안가의 담들까지!
아름다운 자연 풍경에 돌담이 살포시 자연스럽게 함께 합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담담하고 담백하고 편한 모습으로 찐하게 내 마음 깊이 박힙니다
그런 돌담을 보며 '즐겁게 놀멍쉬멍(천천히) 걷기'.
이제 바로 제주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는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돌담4.jpg 집의 경계를 짓는 집담의 모습 (경계 너머로 귤나무가 보인다)

제주의 돌담을 가리켜 "흑룡만리"라 부르기도 합니다

시커면 제주 돌담의 길이가 매우 길다는 것을 중국의 만리장성을 빗대어 표현한 겁니다

제주 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비행기 안에서 섬을 바라보면 "흑룡만리"처럼 기다랗게 돌담들이 둘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밭이나 집들을 둘러싸고 있죠.

이렇게 제주도는 돌담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곳에서 볼 수 있는데,
돌담은 언제부터 쌓기 시작했을까요?
조선시대의 시문선집 '동문선'에 의하면
고려시대 "김구란 이가 판관이 되어 온 뒤에 백성들의 내 밭 네 밭 경계가 없어 힘이 센 집에서 나날이 남의 것을 침범한다는 고통을 듣고 돌을 모아 밭에 담을 두르게 하니 경계가 분명해지고, 그 뒤부터 백성이 편하게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고려시대 때부터 돌담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경계로서의 돌담은 고려 이전인 탐라국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애월읍 금성리에서 발굴된 성곽양식이나 삼양동 집터 유적에서 보면 돌을 쌓았던 흔적이 있는 것을 보면
선사시대부터 이미 돌담을 쌓고 있었습니다

돌담2.jpg
돌담5.jpg 똥돼지를 키우던 화장실 모습(예전 제주도 재래식 화장실 모습)

그렇다면 돌담을 왜 쌓았을까요?

우선 밭에 쌓인 돌담은 돌 많은 토지에 널려진 돌들을 효과적으로 제거, 정리하는 기능을 가졌습니다

얼기설기 대충 쌓은 것 같지만 제주 밭담은 바람에 무너지는 일없이,
효과적으로 풍속을 줄여 안전한 주거공간을 조성하고, 흙의 유실을 막았습니다
바람을 효과적으로 막는 방풍막이 되어 흙이나 씨앗의 날림을 막아주는 등
농경에 없어서는 안 될 장치로서, 자연스럽게 농촌의 대표적 경관이 되었습니다

제주도는 말과 소를 방목해서 키웠기 때문에 우마가 침입하여 농작물이나 시설물을 훼손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돌담이 농작물과 시설물을 지키기 위한 기능을 하였던 겁니다

또한 명확한 경계표지 역할을 하므로 토지 영역에 대하 분쟁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신앙의 개념으로서의 돌담도 있습니다
신당과 방사탑, 포제단 등을 쌓아 개인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기도 하였는데, 마을 입구나 해안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마지막으로 방어시설의 기능을 한 읍성과 현성, 진성, 환해장성, 봉수와 연대 등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선사시대부터 다양한 이유로 돌담을 쌓아야 했고, 제주의 자연스러운 매력이 된 겁니다

돌담은 제주민의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먹고 사는데 중요한 기능을 했던 것이죠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개인의 힘은 너무나 미약했습니다

돌담에는 작은 힘 하나하나를 모아 자연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제주 사람의 의지가 깃들어져 있는 중요한 문화 자원입니다

돌담은 농촌경관을 구성하는 자원 가운데 보전가치가 매우 높은 경관자원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현재 급속한 도시화와 농업인구의 축소, 농업형태의 변화 등으로 훼손이 심각한 상태입니다
많이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그에 반해 이 보존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도 미약하나마 스토리텔링으로, 이야기로 가치를 지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까만 돌담의 매력"
놀멍 쉬멍 걸으며 제주의 매력에, 돌담의 매력에 빠져 보세요!

#제주여행 #제주가볼만한 곳
#제주돌담 #흑룡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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