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의 고백

아이들의 한마디

by 차니또또엘

오늘도 퇴근길, 조회대 앞에는 두 아빠가 서 있었다.
유치원 7살 주환이 아빠, 그리고 6살 서준이 아빠다.
운동장에서는 아이들이 공을 차며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 앞을 지나야 차에 탈 수 있었지만,
아빠들은 수다 삼매경이라 내 모습을 눈치채지 못했다.

조용히 차로 향하려던 순간,
멀리서 주환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실장님! 사랑합니다!”
순간 발걸음이 멈췄다.
뒤돌아보니 주환이가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를 만들고 있었다.

이를 본 주환이 아빠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 어… 진짜네요.
실장님께 사랑합니다를 했어요.
이야기만 들었는데 직접 보니까 웃음이 나옵니다.
아이들에게 정말 사랑받으시네요.”
그 말에 나도, 아빠도, 잠시 같은 미소를 지었다.
하루의 피로가 스르르 녹는 순간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준이 아빠도 미소를 지었다.

서준이를 불렀다. “서준이도 해봐~ 실장님 사랑합니다~”
서준이는 조심스럽게 “실장님… 사랑합니다!”
라고 불러 주었다.

서준이는 인도네시아 다문화가정 아이였다.
아직 한국말이 서툴고 낯을 많이 가리던 아이였는데,
이렇게 또렷하게 마음을 표현했다.


서준이 아빠는 놀란 듯 말했다.
“요즘 서준이가 말을 정말 많이 해요.
서울보다 여기가 더 좋대요.
실장님처럼 아이들을 사랑해 주시니 그런가 봐요. 감사합니다.”

나는 잠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을빛이 운동장을 물들이고,
바람은 천천히 감나무 잎 사이를 스쳤다.

그날 퇴근길, 두 아빠와 두 아이,
그리고 내 마음속에 오래 남을 한마디.

“실장님, 사랑합니다.”

사람 냄새가 나는 조림초의 하루,
오늘도 그렇게 따뜻하게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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