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정의에 따라 본 인공지능의 작품
[1. 서론]
필자는 아직까지 인공지능의 작품 생산은 예술의 단계에 접어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술의 구체적인 정의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아 간단히 정의 내릴 수 없겠지만, 필자는 예술이란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이 만드는 것으로, 그 인간의 나름의 사상을 표현하는 촉매를 이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을 통해 인간이 표출하는 자신의 사상은 불완전하기에 세상에 달리 없는 것이므로 타인에게서 매력을 느끼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것이 만약 예술의 핵심이라면 우리는 인공지능에 개인의 사상이나 감정이 반영이 되는지를 통해 예술의 여부를 따져보아야 하고, 연이어서 이 문제를 따져보기 전에 우리는 마땅히 인공지능을 개발할 때 개발자가 편향된 가치관(어떠한 관점에 따라 개성이나 매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을 반영하는 것이 도의적으로 옳은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2. 본론]
이 주제를 논하기 위해서 필자는 우선 인공지능의 정체성을 정의 내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이란 인간의 편의를 위해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대신 수행할 수 있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자율적인 능력을 갖추고 그것을 인간을 이롭게 하는 데 사용해야 하는 의무(사명)를 가져야 비로소 성립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 관점은 필자 본인의 관점이라기보다 현대 기술사회에서 현대인들이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또 그 인공지능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 주길 바라는지를 나타낸다. 간단히 말해 사회 전반에서 인공지능에게 바라는 바람직한 역할과 기능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현대인들은 인공지능이 이런 바람직한 모습에서 벗어나 자신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기에 여러 제약을 걸거나 고의적으로 기능을 낮추는 등의 행동을 한다. 특히 자율적으로 생각하고 인간과 동격 혹은 그 이상의 지능을 가진 강인공지능 개발에 있어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는바, 우리는 인간이 이들을 자신보다 잠재적으로 우월한 존재로 인식함과 동시에 그렇기에, 온 힘을 다해 이들을 자신들의 통제하에 두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들에게 있어서 편향된 가치관을 가진 이들이 개발하는 인공지능은 코스믹 호러적 존재가 현실화된 것과 같은 두려움을 자아낼 것임에 틀림없다. 모든 예술가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대체로 예술의 목적은 자신의 사회에 대한 불만이나 억압된 자유의식 등을 표출하는 “국가가 공인한 반국가적 행위”이다. 다소 극단적인 논리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현대 사회의 예술들이 점차 먼 옛날의 체제에 순응하고 종교와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기 위한 찬송의 목적을 가지고 있던 것과 달리, 대중들의 사회에 대한 불만을 달래고 심하게는 우민화의 목적을 가지고 용인되기까지 하는 전례를 생각했을 때, 적어도 현대의 예술은 잠재적으로, 반국가적이고 반체제적인 성격을 띠고 있음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가치관을 가지고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경우 인공지능 또한 필연적으로 개발자의 사상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유물론적 관점에서 인공지능을 단순한 기계장치의 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 시스템, 즉 유물로 본다면 사상 또한 유물에 반영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유물론적 관점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편향된 가치관을 가진 인간에 의해 개발된 인공지능이 역시 주류 사회에서 바라는 보편적인 인공지능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을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이렇게 편향된 가치관을 가진 인공지능이야말로 비로소 단순한 기존 예술의 복제나 융합등의 카피캣이 아닌 개발자의 정신을 계승하고 자신만의 개성과 사상을 작품에 반영이 가능해진다. 필자가 말한 예술의 정의에 비로소 부합되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인공지능의 예술은 대체로 그 자체의 개성과 사상을 반영하기보다 웹서핑이나 프로그래머의 입력을 통해 기존의 예술을 학습하고 그것을 단순히 조합해 정교하게 접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인공지능에게 진정한 의미에서 예술활동을 허용해 주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인공지능의 역할상에서 벗어나 두려움을 감수하고 이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자율성을 허용해 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재에도 필자가 예술로 정의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인공지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중에게 보급된 인공지능들은 대부분 아직 단순한 그림을 조합해서 찍어내는 자율성이 결여된 대량생산 기계에 불과하다. 그러한 면에서 인공지능이 예술에 있어서 추구해야 할 지향점은 결국 인간이 인공지능에 얼마 정도의 개발자의 개성과 사상을 전수해 주고, 또 그것을 자유롭게 발전시킬 수 있도록의 자율성을 허용할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3. 결론]
인간이 인공지능에 대해 느끼는 코스믹 호러적 두려움을 극복하고 인공지능, 특히 강인공지능에 상당 수준의 개성과 특출 난 사상, 그리고 자율성을 부여해 준다면 인공지능은 진정한 의미에서 예술을 할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동시에 인공지능에게 편향적 가치관과 자유를 허용해 줌은 높은 위험이 동반되는 바, 우리들은 마땅히 인간의 이익을 위해 인간 이상의 잠재력을 가졌을지 모를 존재의 목줄을 얼마나 느슨하게 해 줄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