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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두람이 Feb 22. 2022

기억에 남는 사진

 부각



처음으로 부각을 먹어본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인 것 같다. 한파가 지나고 얼음이 녹는 봄이 올 무렵이었다. 학교에서 집에 도착했는데 "이 부각은 참 공이 많이 들어간 거란다. 막내야, 엄마가 만든 부각 맛이 어떤지 어여 한 조각 먹어봐라" 하시며 손바닥 만한 부각을 내 손에 쥐어준 어머니. 그때 나는 어머니께 어떤 말을 했는지 어떤 맛을  이야기했는지 내용은 기억나지 않은다. 바삭바삭한 소리만 기억난다. 오로지 그때의 부각은 어머니께서 부각을 만드실 때 쉽지 않는 요리였다. 화개에서 구례로 이사 와서 동네 사람들과 친분을 쌓아가던 중 만든 음식 중 하나였다.


몇 년 전 남편과 조문 갔다가 전남 순창을 지나오던 길, 휴게소 상점에서 부각을 만났었다. 두 아이 생각이 나서 두 봉지 사서 집에 들고 왔는데 아들이 너무 맛있다고 과자처럼 먹었다. 내가 생각해도 그 부각은 꽤 맛이 괜찮았다. 그리고  그 부각이 다 소진된 후 부각이 더 먹고 싶다고 아들은 나에게 졸랐다. 그래서 인터넷 시장에서 부각을 샀었다. 그런데 그 부각은 유통기한이 지난 것인지 맛이 없었다. 이상한 기름 냄새가 났다. 그 후로 나는 구례와 순창의 부각을 잊고 살았다. 그런데 아들은 여전히 부각을 좋아한다, 부각은 임금님 간식'이라면서. 



얼마 전 친구로부터  맛있는 '구례 부각' 두 상자를 생일 선물로  받았었다. 아이들과 나눠먹으라고 두 상자를 보냈단다. 마침 정월대보름날 부각을 받았으니 그날의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김은 혈액순환도 잘 되게 하고 여러 가지 영양소가 풍부해서 다이어트에도 좋다. 친구는 우리 가족이 부각을 좋아한 것을 어찌 알았을까. 아마도 친구는 나의 건강을 극진히 생각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친구가 그립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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