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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두람이 Feb 09. 2023

생일날

어린 시절 생일날, 나의 마당에 눈이 내리곤 했는데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마당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 어린 시절 생일날, 나의 친구들에게 손편지를  많이 받곤 했는데 지금은 손편지 받기가 쉽지 않다. 어린 시절 생일날, 엄마가 끓여준 미역국을 먹으면서 엄마 냄새를 킁킁 맡을 수 있었는데 이젠 엄마 냄새를 맡을 수 없다.

결혼 후 엄마 생일 때마다 화장품과 옷을 사서 직접 드렸었는데 그것이 하나뿐인 딸의 사랑이라고 표현했었는데  그 일이 정말 행복했었는데 이젠 그 일도 할 가 없다.

그 아름답고 소박한 기억들도  골짜기, 먼 바다 이야기로 남았다. 엄마 이야기는 몇 권의 책으로 엮어내도 부족하지 싶다.

오늘 아침에는 남편이 끓여준 미역국을 먹었다. 음식을 전혀 못하는 사람인데 오늘 끓인 미역국에는 감탄을 쏟아냈다. 거짓말이 아니라 "오늘 미역국은 정말 짱!"이라고 칭찬을 했더니 "오늘 미역국에는 된장을  아주 조금 첨했지"라고 말했다.

남편은 출근 직전까지 나에게 좋은 마음을 계속 내려놓았다. 그 마음이 넘쳐나서 책상 위로 흘러넘쳤다.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 뜨신 마음도 하나 둘 도착했다. 벗들의 마음도 도착했다. 엄마가 더는 밤에 악몽을 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메시지와 함께 보낸 토끼아로마오일 버너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그렇다면 아직은 내가(우리 가족에게) 꽤 괜찮은 아내와 엄마로 계속ㅡ 당당히, 걸어가도 되겠다는?...

2023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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