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꼬두람이 Feb 27. 2023

화원을 다녀오다

소소한 행복


팔과 허리가 부실한 사람에게 분갈이를 하게 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큰 화분을 승용차에 싣고 화원을 찾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분갈이를 차일피일 미루다 뱅갈고무나무를 차에 싣고 단골화원을 찾았다. 그동안 수액으로 된 영양제를 가끔 꽂아주기도 했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았다. 이왕이면 도자기로 된 예쁜 화분을 고르고 싶었으나 승용차로 옮길 것을 고려해서 가볍고 심플한 플라스틱 화분을 선택했다. 요즘 플라스틱 화분도 디자인이 괜찮다. 모양이 도자기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아주 잘 만들어졌다. 중형 플라스틱 화분은 26000원  분갈이 비용은 7000원이었다.


분갈이를 마친 뱅갈고무나무를 바라보니 마음이 흡족했다. 약간 화분인 큰 것 같았으나 그것도 좋았다. 나는 몇 년 동안 옆구리가 터진 너의 옷 때문에 여간 마음이 쓰인 게 아니었다. 그동안 뱅갈고무나무에게 미안했던 마음이 교차하면서 내 마음이 울컥했다.


화원에 갈 때마다 느낀 것이지만 계산대 직원의 무뚝뚝한 목소리와 표정이 불만이었다.(대형 화원인데 왜 저런 불친절한 분을 근무하게 하는 것일까.  화원을 찾는 분들은 어떤 분일까?라는 것도 세심히 배려해야 할 텐데 말이다.) 그래도 오늘은 다행이었다. 그때 그 불친절한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이곳 화원도 변화되고 있었다.


"참새는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지 못한다는 말"은  남편이 나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 언제 우리가 함께  여기에 올지 모른다"라는 말은 내가 나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화원을 두 바퀴 돌아도 싱글벙글 다가온 아이, 두 번이나 나에게 눈길을 준 아이는 보라색꽃이었다.  이름표를 보니 '캄파눌라'라고 적혀있다. 가격은 10000원, 생각했던 것보다 비싼 아이. 그렇다면 내가 나의 커피값을 아껴서 이 꽃을 데려가자. 열흘간 아팠던 누구의 두 눈도 환해질 것이리니.


귀갓길에 본 매화가 만개해서 눈이 부시다. 뱅갈고무나무가 우리 집에 왔을 때, 어린 신부가 입은 아름다운 드레스의 빛깔이다. 이제 곧 여기저기서도 우리가 좋아한 나무들의 종소리가 푸릇푸릇 울리겠다.


우리는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다. 돈의 여유만 있다면  몸만 건강하다면 얼마든지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가져올 수 있다.



캄파눌라(꽃말: 따뜻한 사랑. 상냥한 사랑. 만족. 감사)



매거진의 이전글 새 그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