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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두람이 Apr 25. 2023

꾀병쟁이

적당하게 내리는 봄비는 들과 산에서 자라나는 생명들에게 크나큰 선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나에게는 흐린 날은 곤욕이다. 어깨와 척추수술했던 부위가 욱신거려서 도저히 같은 자세로 오래 버티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산을 쓰고 가까운  소공원을 찾거나 오르막길이 있는 마을을 찾아서 걸을 때가 그나마 나의 애인에게 나의 아이들에게 덜 미안하다. 누가 나를 보면 저 여인은 참으로 한가한 사람?이라고 수군거리기도 할 테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무릎과  발까지 욱신거릴 때는 대책이 없다.


늘도 한 30분 걸었을까, 급작 나의 검정 신발과 파랑물방울우산이 초라하고 서글프게 보였다. 빗방울 머금은 감나무잎에서 어머니 얼굴이 아른거렸다. 오빠 얼굴도 아른거렸다.


어머니가 살아계셨을 때, 그때 나의 가족 중 한 사람이 나에게 '꾀병쟁이'이라는 말을 했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전해 듣고 그분을 엄청 미워했었다. 어떻게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가 있지? 앞에서는 엄청 걱정해 주시더니 뒤에서는 왜 저러시는 거지?... 동안 그분의 그림자 옆에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분의 말, '꾀병쟁이'라는  나에게 실제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계수나무
매화나무
살구나무
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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