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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 May 29. 2024

친구와 카레, 일본 시어머니 욕하기

오늘은 시어머니 욕을 원 없이 하기로 작정을 하고 친구와 ‘카레’ 레스토랑에 왔다. 1시간이나 기다려 겨우 자리 안내를 받고 테이블에 앉았다.  직원이 물만 ‘덜렁’ 가져다주더니, 그놈의  쫴맨한 ‘태블릿‘으로 주문을 하라고 한다.


입으로 주문하면 서로 빠르고 편하겠구만…눈도 잘 안 보이고 기계가 싫다.


야채 종류. 가짓수, 매운맛 고를게 한두 개가 아니다. 기계로 주문하는 게 엄청 번거롭고 신경질 난다..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일본도 AI천지가 되어가고 있다.  이 시대를 살려면 어쩔 수 없이, 억지로 라도  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노안을 끼고 이리저리 작동하다가 … 분통이 터져서


 “너~~ 무 귀찮다 야! “


“ 어 진짜다,  밥 한 끼 먹는데 왜 이리 힘드노!“


“ 그래, 아무 끼나 먹자”!


“ 이 망할노므 기계, 진짜 미치것다!  우리정도 나이에는 앞으로 살려면 어쩔 수 없이 배우지 마는, 노인들은 이제 밖에서 ‘ 외식’은 글렀다야!”


“ 맞다!” 우리도 이렇게 신경질 나는데, 노인들이 무슨 수로 주문을 하노! “..


아무거나 제일 간단한 것으로 두 개를 시켰다.

“엄마야~~~ 카레가 너~무 예쁘다 친구야!”


“응, 오늘 기다린 보람 있다”


맛도 죽인다. 예뻐서 입에 넣기도 아까운 야채가 마지막까지 남아 있도록 조절해가며 먹기 시작했고,

시어머니 욕도 시작했다.


“있잖아, 내사(나는) 요새 우리 시어마이가 다치고부터  미치것다.”


“ 왜~~ 또 그라노!”


“내가 요즘 밥을 차려 주잖아, 그리고 온갖 수발을 다 들지! 그러면 엄청 고마워해!  그것까지는 좋다 이거야!…

그런데 밥을 다 드시고 나면,  내가 매~~ 번,

“어머니 그대로 두세요~~ 제가 치울게요~~”라고 멘트를 하거덩!“  그러면


“ 와깥다“.  (알았어, 그렇게 하마 ~~)라고 해.


그런데 손은 이미 치우고 있는 거야!  한 개씩, 한 개씩 개수대에 옮기고, 그러다가 컵을 깨고… 접시도 이빨 나가고, 물 막 튀기고 씨…


내가 보다 못해 또

“어머니 그냥 두시라니까요?”


“응~~ 알았어” (꿋 꿋이 계속함)


“절데 멈추질 않어!  끝까지 말을 안 들어, 니 생각에 우리 시어마이가 도대체 왜 그러는 거 같애? 니가 좀 가르쳐 줘 봐!”

“이런 것 때문에 우리 가족이 미치려고 하잖아, 아무리 하지 말라고 해도 안돼!  빨래 사건도 똑같은

맥락으로 많이 싸웠고, 이번에는 이 문제로 싸우고 있어!  빨리 가르쳐 줘 봐! “


“ 야~~ ~~  진짜  너거 너무 한다!”

그렇게 니는 너거 시어마이(시어머니) 마음을 모르겄나?“


“몰라, 그냥 또라이 같고, 그냥 고집불통, 말 안 듣는 할망구 같애!” ㅋㅋ


“하하하”,  인간 될라카믄 니 아직 멀었다! “


“맞다, 나는 인간 포기 했다. “  하하하


의외로 친구가 이렇게 받아주니 그렇게  유쾌할 수가 없었다.

친구의 대답은 이랬다.


“너거 시어마이가 엄청 깔끔하고, 자존심 쎄제?”


“응 엄청 쎄지, 근데 남편이 엄청 죽여놔서 쪼금 불쌍하지! “


“그리 자존심 쎈 사람이, 자기가 먹은 더러운 밥그릇을 니한테 보여 주고 싶겄나!”


…… ” 그래?  그런 생각이 있나”..


“당연하지”, 내사 너거 시어마이가 불쌍타 마는.. ㅎㅎ


“ 니 죽을래, 니 같이 함 살아봐라, 그런 소리 나오나!”


“맞다, 현실은 괴롭지.

“그렇지만 니가,    “그냥 두세요 어머니~~”   

그런다고  진짜 ‘그대~~ 로 두고,  자기 방으로 ’쏙‘ 들어가면,  그때는 또  ’무슨 저런 할마이가 다 있냐고 더 미워할걸?”


“맞아, 그럼 더 미울 거 같애”


“너네 시어머니는 ‘식충이’가 되기 싫은 거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밥이나 축내는  ‘식충이’ 말이야!”


“니 말 듣고 보니, 진짜 니 말이 맞다야”


“너무 미워하지 말고,  그렇게 라도 자존심 챙기게 내버려 두고,  집에 꽃도 많은데 물이라도 좀 주라고 소일거리를 만들어 드려 봐. ”아마 좋아하실걸? “


“마루에 물 흘릴 텐데?”


“좀 흘리게 놔둬라!” ㅎㅎ


“니 말이 다 맞어, 그런데 그게 그렇게 쉽지 않더라고…


“ 나는 내 엄마도 힘든데, 니는 오죽 하겄냐”..


이렇게 친구와 예쁜 카레를 먹고, 한국말로 시어머니 욕을 실컷 하고 나니 ‘속이 후련하고, 진심 어린 충고가 참 기분 좋다. 일본 친구들의 영혼없는 충고 수백번보다,  뼈속까지 전해지는 편안한 한국어가 너무 좋다.


오늘은 밥그릇 치울 때 아무 말 않기로 했다. 그게

시어머니의 마지막 ‘자존심’ 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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