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로그
웜톤인 나는 원색의 옷이 왠지 어울리지 않아서
그동안 내 옷장에서 빨간색 옷은 찾아볼 수 없었다.
위아래 검은색 옷을 입고 간
어느 날 그는 검은색이 너무 잘 어울린다며,
자기는 검은색과 빨간색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 좋다고 말했다.
사랑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빨간색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 안 입을 이유가 없었다.
너가 좋다고? 그럼 입지 뭐.
웜톤이고 뭐고 뭣이 중한디.
부랴부랴 쇼핑앱에서 빨간색으로 이뤄진
소재 불명의 옷들을 뒤졌다.
맘에 드는 카디건을 발견했고 직진배송을 통해
하루 만에 받았지만
그 아무도 모를 수고는 물거품이 됐다.
보여줄 일이 없어졌으니까.
그래도 새 옷이니 입어봤다.
거울을 보니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
나, 빨간색 옷이 잘 어울리는 거다!
어머. 이걸 왜 이제 알았지?
빨간 카디건을 입은 사진을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했다.
인스타 스토리에도 올렸다.
(스토리는 상대가 봤는지 확인할 수 있다.)
상대도 내 사진을 봤지만 역시나 반응은 없었다.
내가 보여주기 식으로 막,
내 사진을 올리던 와중 그의 스토리도 끊이질 않았다.
하. 내가 보면 그도 내가 보는 걸 알 텐데.
봐 말아? 봐 말아?
고심 끝에 확인을 했다.
어? 손에, 왼손 약지에 반지가 생겼네?
일부러 반지를 보여주려고 찍은 사진 같았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 조금 더 그의 활동들을 뒤졌다.
(나는 원래 꿈이 디스패치다.)
어? 나와 만나기 7일 전, 여자친구와 여행을 갔었네?
여자친구와 함께 사온 제주도 기념품을
나와의 첫 만남에 선물로 주다니!
대단하단 말밖에는 그를 표현할 말이 달리 없다.
그렇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이별을 통보했던
그는 여자친구가 있었던 거다.
육두문자 같은 험한 말들이 내 머릿속을 떠다니며
이런저런 생각들이 물밀려 오는데
그럴 때 나는 모든 샤따를 내리고
여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럴 틈이 없이 급하게 나갈 일이 생겼다.
대충, 무심코 손에 잡히는 옷을 가지고 나갔는데
그 빨간 카디건이었다.
가는 길 내내 운전을 하면서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이 옷을 입은 내가 부끄러웠다.
얼굴 한쪽이 확 달아올랐다.
그 순간만큼은 빨간 카디건보다 더 빨갰을 거다.
상대방 차가 내 얼굴을 봤다면 빨간 불인 줄 알고 멈췄을 거다.
찾았다 내 사랑 어쩌고 한 나 자신이 한심했다.
나 이제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
그저 그에게 잘 보이려 샀던
이 빨간 카디건을 계속 입어도 될까?
물론 빨간 카디건은 죄가 없다.
그렇지만 나는 빨간색이 싫다.
사과도 청사과만 먹을 거고
김치도 물김치만 먹을 거고!
몰라 암튼... 나는 빨간색을 싫어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