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삼촌과 외숙모가 저녁 모임하고 집에 가시는 길에 누나와 매형을 뵈러 들르셨다.
어머님께서 저녁에 주신 애호박으로 전을 부쳐 갖다 드리던 참이었다.
먼지와 함께 인사드리러 갔다.
삼 남매 용돈을 주신다.
손주 자랑 배틀이라기엔 조금 일방적인 느낌이었다.
5학년 짜리 막내 손주가 금메달도 15개도 넘고 선거해그네 회장도 되고 서울 마포에서 1등이라고 자랑을 자랑을 늘어놓으신다. 흐뭇하시겠다고 나도 외삼촌과 같이 엄지를 들어 보여드렸다. 외숙모와 외삼촌이 번갈아가며 얘기하시다 외숙모가 외삼촌한테 자랑 좀 그만하라며 눈총을 주신다. 어찌나 귀여우시던지. 조금만 전까지만 해도 외숙모가 더 많이 자랑한 거 같은데.
외숙모가 그 손주와 영상통화를 하시며 보여주시길래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먼지는 흠짓 영상에 보일까 몸을 뺀다. 먼지보다 키도 두 배라는 그 자랑스런 손주. 가뜩이나 키가 작아 고민인 먼지에게 9살이냐 물으신 것부터 실수였다. 거기다 오빠라니. 외삼촌네는 나이도 같은데 굳이 생일로 해야한다며 친구는 아니라고 했다. 키는 작아도 생일은 질 수 없다. 사실 확인을 했다. 먼지는 7월 손주는 백중때 태어났으니 8월. 그래서 먼지가 누나인걸로 서열을 확실히 정리했다. 드디어 이겼다. 근데 뭔가 씁쓸하다.
아버님은 조용히 듣고만 계시다 5학년 그래 큰아이 6학년 때 큰애는 회장하고 둘째는 5학년 부회장 형제가 회장 부회장 고치 했다고 말펀치를 날려보긴 했으나 외삼촌은 시골동네와 서울마포로 각자의 자리에서 잘 하고 있노라고 마무리하신다. 다시 의문의 1패.
그러면서 이야기는 어릴 적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외삼촌이 6.25 때 1학년에 입학하고 그때 아버님은 5학년이었고 5학년들이 제일 쎘었다고 하니 아버님 어깨가 쭉 펴지는 거 같았다.
제일 듣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이렇게 뜨겁게 나오고 있고 더 듣고 싶었는데 먼지가 졸려해서 남편 성이 어른들께 먼지 잘 시간이라 해서 인사를 드리고 일어섰다.
5학년 때 이야기를 듣고 싶어 아빠한테 전화를 했다.
아버지 5학년때 기억나는 거 뭐 이수 꽈?
12살이믄 6학년이었지예?
나 7살에 학교를 입학했주게
다니고 싶어서 다닌 게 아니라 어머니가 장사해블고게
집에 이시믄 말썽만 피우고게
무슨 말썽 피완마씸?
집에 이시믄 바당에만 다니고 하니깐
학교 보내믄 어쨌든 신경 덜 쓰잖아게.
나가 똑똑 해그네 일찍 들어간 게 아니고
본의 아니게 여덟 살에 들어가야 정상인데
한 살 차이니까 힘에 서도 달리고
어머닌 잘만 먹이면 클 줄 알고 계란도 지져주고 했져게
좋아시쿠다예
좋긴 뭐가 좋나게
나가 키도 제일 작고게
7살이랑 8살 차이가 있는 거 지게
좋은 점은게 1년 후배들이 나이는 곧타도 형이랜 허난 좋았주게
일찍 간 덕은 그거
후배들 한티는 나 완전 독한 놈 됐주게.
나이 좀 드니까 다 알았주게
어멍들이 다 곧잖아게
금방 말이 터지잖아.
다른 아이들은 형님허는디 반말쓰믄 존나게 두드러 패브렀지게
좋은 점도 있고 안 좋았던 거 있고.
아빠 울어 본 적 있어요?
울어본 적 많지게
사람 살멍 안 울어보나
친구들하고 싸왕 져도 울고
어머니한티 신나게 두드러 맞아도 울고
어머닌 공부만 공부만 허는디
나는 공부 별로 안 좋아해시난게
난 아무것도 모르고
시에 오믄 적응허기가 쉽나게
그렇다고 나가 공부 잘 허는 것도 아니고
지적 수준이 좋은 것도 아니고
머리가 달려 노니깐
허덕허덕 했주게 따라가 젠만 허난
공부도 실프고
재미어섰자라도 어떵허느냐
헐 수 없이 공부했주게
공부가 딸리니깐 컨닝도 하영 허고게
공부 잘 허는 아이 뒤에 앉앙 보여주랜 허고
친구들이 나중에 고라라
완전 깡패 같이 학교 다녔댄 해라게
공부 좀 잘 허는 애한테는 안 보여주면 뒤에 강 복삭 패불고 했지게
아이고 공부얘기 허지도 말라
적성에도 안 맞는 거
구경은 했주게
대학교도 구경은 했주게
억지로 억지로 다니기만 했주게
나중에 사 공부하겠다 헌 건 마흔 살 넘엉
그때 상담 공부허멍
나가 마음내켱 헌 건 상담 공부 헌거
나가 적성에도 맞고게 나가 그게 좋고게
나를 찾고 나를 직면하고 그런 과정이
진짜 자아를 본다는 것이 찾아간다는 그것이
그때는 변화하는 게 나 전부였주게
오로지 변화 변화
사람이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뭔지 화두를 던졌었지이?
천년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거 뭐꼬?
모르겠어요
간단한 거여게
세상은 무조건 변한다는거여게
같은 날이 하루도 없잖아게
십 년 동안 고승도 찾아 강 물어보고 해도 나중엔 나 혼자 얻었저게.
정답은 세상은 변한다는거여
무조건 변한다는거여
그 간단한 걸 나도 몰랐저게
그거 하나 알려고 십 년 동안 고생했저게
고승들도 고라주지 않는건지
모르는 거 아니에요?
그거 아는 사람이..
그거 맞추면 내가 일억 주겠다고 했잖아게
세상도 삶도 무조건 변한다는 거여게
살아있으니까 변화하는 거고 죽으면 끝이지.
그 전엔 안 변한댄하믄 고정된 관념에 사로잡혔는데
그렇게 바라보니깐 딱 맞더라고 그게
나 오늘 너한티 일억 준거여이
나가 고라줘시난 일억 준거 아니냐
예
남한테랑 고라주지말라이
나중에 먼지한테 물어보라
그거 알믄 성인된거여 지혜로워진 거라
일반 사람들은 다 몰라 교수들도 다 몰라
예 아버지 일억 감사합니다.
난 조금은 아쉽다.
느대로 깨우청 알아시믄 좋아실건디
나가 고라줘부난
나 죽어불믄 못 고라 줄 거 아니냐
그건 진리여 진리라
천년만년 지나도 안 변하는 진리
느도 음미해 보라
아버지 그래서 5학년 때는?
모르키여 게
그럼 6학년 때는?
모르키여 게
나도 힘들 때도 변한다는 걸 아니까
힘들 때도 많지만 게도 그전 같으면 왜 이렇게 힘든가 하는데
요즘은 그래도 그전 하고는 다르지게
게무로사 계속 힘들리야.
감정적으로 처리했던 것을 이제는 이성적으로 좀 그 냉철하게 객관적으로 볼라 그러 지게
그럼 마음이 좀 빨리 편안해지지게
그전 같으면 속상한 쪽으로 빨려들잖아
선택이나 판단을 제대로 못하지게
감정적으로 하니깐 결과가 안 좋지게
편안한 상태가 아니니깐 최선의 선택을 못하지게
항상 안 좋은 쪽 어려움을 겪는 쪽으로 선택하지게
속상하고 뒤틀리고 어려운 상태에서는 판단이 제대로 안 되지게
객관적으로 판단을 못한단 얘기다게
주관적으로 판단을 할 때는 나중에 결과가 안 좋아
마음이 평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후회할 일을 많이 만들어
지금은 그 자락까진 안 허지게
항상 마음이 객관적으로 판단할라믄 평상심을 유지해야만 가능해
그러다 보면 십 년 뒤엔 변화된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는 거주.
그래야 항상 마음의 여유가 있는 상태로 살아가는 거 주게
평정심을 찾으면 부러운 것도 없고 욕구에 사로잡히지 않고 그게 무심이고 정심이여게
욕구에 사로잡히면 애들도 객관적으로 못 보고 주관적으로 보게 된단 말이여
다 내려놓은 상태가 되어야 되고이
뭔가 바램이 있던가 애들한테도 바라는 마음이 있는 만큼은 그게 다 장애물이라.
객관적으로 바라보질 못해여 주관적이 된단 말이여
바램이시믄 기대감도 갖게 되고
기대를 갖게 되면 애들은 있는 대로 못 보게 되잖아
니 기준에서 바라보게 되잖아
나 말 영 요망하게 할 자격도 어신 사람이여게
왜 다 말해놓고 자신을 깎아내리세요?
나 자신을 세우는걸 별로 좋아 안 해
나 줄 것도 없고 말이나 밖에 줄 것이 없다.
돈이나 팍팍 벌어져시믄 좋으켜
수고허라
예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