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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지마마 Aug 18. 2024

덜어내는 삶 D-day19

누가 돌틈에 이렇게 쓰레기를 끼우는 거야? 너야?

아닌데요. 엄마 저거 보세요.

어디?

저기 지붕아래요. 사이다 제로.

누구야? 너야?

아닌데요. 형 아니에요?

형 아니라던데.

그럼 아니라고 하죠.

그런가? 아니겠지. 그럼 아빠가 했나 보네.


비닐봉지 하나 챙기고 비닐장갑 한 장 챙겨 비장하게 마당으로 나갔다.

어머니 누가 쓰레기를 담트멍에 해 놓는데 저 사이다캔 어머니 꽈?

나가 무신 사이다를 먹느니. 소나이덜 이주. 종이영 봐나믄 쓰레기통에 아저오믄 될 건디 실프난게.

무시거?(시아버님)

담고망에 쓰레기마씸.(시어머님)

아이들은 안 했댄허는디예.

어 종이는 나가 찔러놨주.(시아버님)

캔은 나 아덜이 해실거고게.(시어머님) 치우젠?

네.

차고까지 세 봉지를 치웠다.


냉동실도 치우는 중이다.

문에 있는 각종 가루들.

톳가루, 녹차잎, 사골분말, 크림수프

요리를 해보겠노라 몇 년 전에 산 크러쉬드 레드페퍼

혹시나 비상으로 쓸까 해서 챙겨 둔 얼음팩 두 개

지퍼백에 담긴 먹다 남긴 옥수수

그리고 친구들과 애월까지 가서 욕심부려 따 온 아로니아

날짜 지난 마스크팩

작년에 먹다 남은 또띠아

몇 년 전 직장동료였던 동생에게 받은 미역

재작년인가 바질을 분양받아 키우다 만들게 된 바질페스토

각종 먹다 남은 죽들 전복죽 팥죽 오리죽

어머님이 주신 완두콩 강낭콩 거기다 검정콩

명절 때인지 제사 때인지  받아 온 떡

대망의 떡 아까워서 다시 넣었다가

먼지에게 괜히 어쩔까 묻고 안 먹는 건 버리래서 버렸다.

이렇게 일일이 쓴다는 게 부끄럽지만 버렸다.

그러고 보니 누군가에게 받은 것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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