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돌틈에 이렇게 쓰레기를 끼우는 거야? 너야?
아닌데요. 엄마 저거 보세요.
어디?
저기 지붕아래요. 사이다 제로.
누구야? 너야?
아닌데요. 형 아니에요?
형 아니라던데.
그럼 아니라고 하죠.
그런가? 아니겠지. 그럼 아빠가 했나 보네.
비닐봉지 하나 챙기고 비닐장갑 한 장 챙겨 비장하게 마당으로 나갔다.
어머니 누가 쓰레기를 담트멍에 해 놓는데 저 사이다캔 어머니 꽈?
나가 무신 사이다를 먹느니. 소나이덜 이주. 종이영 봐나믄 쓰레기통에 아저오믄 될 건디 실프난게.
무시거?(시아버님)
담고망에 쓰레기마씸.(시어머님)
아이들은 안 했댄허는디예.
어 종이는 나가 찔러놨주.(시아버님)
캔은 나 아덜이 해실거고게.(시어머님) 치우젠?
네.
차고까지 세 봉지를 치웠다.
냉동실도 치우는 중이다.
문에 있는 각종 가루들.
톳가루, 녹차잎, 사골분말, 크림수프
요리를 해보겠노라 몇 년 전에 산 크러쉬드 레드페퍼
혹시나 비상으로 쓸까 해서 챙겨 둔 얼음팩 두 개
지퍼백에 담긴 먹다 남긴 옥수수
그리고 친구들과 애월까지 가서 욕심부려 따 온 아로니아
날짜 지난 마스크팩
작년에 먹다 남은 또띠아
몇 년 전 직장동료였던 동생에게 받은 미역
재작년인가 바질을 분양받아 키우다 만들게 된 바질페스토
각종 먹다 남은 죽들 전복죽 팥죽 오리죽
어머님이 주신 완두콩 강낭콩 거기다 검정콩
명절 때인지 제사 때인지 받아 온 떡
대망의 떡 아까워서 다시 넣었다가
먼지에게 괜히 어쩔까 묻고 안 먹는 건 버리래서 버렸다.
이렇게 일일이 쓴다는 게 부끄럽지만 버렸다.
그러고 보니 누군가에게 받은 것들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