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장이 센터 이름 변경을 고민하고 있다며 의견을 묻는다.
제주어로 ‘종합’ ‘통합’ ‘하나로’‘한꺼번에’를 의미하는 말이 무엇이냐고.
흥미로운 거리가 생겼다고 신나게 생각해 봤지만 혼디 정도 떠올랐다.
제일 먼저 네이버에 물어보자고 네이버에 검색을 했다.
‘혼디’를 검색하니 ‘헌데’의 경기도 방언이라고 한다. 그리고 제주어로는 ‘함께’이며 제주의 ‘혼디가든’과 ‘혼디주’가 나왔다. 함께 먹고 함께 마시자는 의미인가 보다.
제주어라면 부모님이 전문가다.
아빠한테 전화를 해서 물었다.
센터 이름을 바꾸려는데 함께, 통합을 의미하는 말이 뭐냐고.
모르겠다고 했다.
뭐 하시고 계신지 물었다.
올림픽 경기를 보고 있다고 했다.
무슨 경기 보고 계시냐고 물었다.
탁구 경기를 보고 있다고 했다.
알겠다고 생각나면 전화주시라 하곤 끊었다.
아빠가 뭔가에 집중하고 있으면 그때 들을 수 있는 대답은 ‘모르겠다 ‘라는 걸 알고 있기에 그리고 좀 있다 생각해 내서 알려주리란 걸 알기에 꾹 참고 끊었다.
어머님께 전화해서 이번에는 사투리를 더 섞어가며 물었다.
“어머니~~~ 사무실 이름 바꾼덴 햄신디 ‘함께, 종합, 통합’이 제주말로 뭐꽈? “
“허허 나 잘 모르켜~ 나 아느냐~”
“혼디랜 헙니까? “
“게에게. 혼드레 모영 가게 경 허주“
아빠 전화가 왔다.
내가 전화한 지 무려 두 시간이 돼 갈 무렵이다.
“그거이 ’ 모앙‘ 이랜헌다. 이것저것 한꺼번에 모아서 준댄 허주. “
그럼 ‘혼디모앙’ 어떠냐고 앞자리에 환팀장님에게 동의를 구했다. 환팀장님의 고등학교 동창 모임이름이라는 것이다. 이런.
그대로 ‘혼디, 모앙‘이 ’함께, 통합‘ 을 의미하는 제주어라고 안동 출신인 센터장에게 소상히 보고했다.
‘모앙’을 검색하니 한자어 중에 [우러러 그리워함]이 있다. 이래저래 맘에 드는 제주어다.
먼지에게 물었다.
모앙이라는 말 아냐고.
모앙 그게 뭐예요?
모아서. 들어봤어?
들어봤긴 해요.
써 본 적은 없어?
네 써 본 적은 없어요
어릴 적 엄마는 제주 사투리를 못 쓰게 했다. 서울 사람이라 표준말만 쓰게 했다. 엄마가 없던 시절 고등학생이 된 나는 할망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사투리를 꿋꿋이 썼다. 초등학교 때는 친구들보다 머리 하나가 작아 별명이 아기였는데. 마음이 늙어버린 걸까.엄마의 희생과 헌신을 알기에 그 부재를 원망할 수도 없는 그러나 어떤 반항심이었을까. 제주어는 뼛속에 스며들어 있는 내 고향의 말이다.
아무튼 혼디모앙을 굳이 사진으로 보여 준다면 ‘혼합잡곡’ 같은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