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든 갯자갈밭에서처럼 나는 잔뜩 생채기가 나 버렸고
하루는 그런 적이 있더랬다.
이제는 어떤 이유였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그동안 쌓여온 감정의 골로 인해 서로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아
교무실에서 원감 선생님과 옆 반 선생님의 고성이 오가던 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아이들에게 그 소리가 가지 않도록
조용히 교무실의 문을 닫는 것뿐이어서
그동안 부푼 마음으로 공부했던
사랑하는 유아교육이라는 학문에
너무나 미안했고,
그러다가 또 아팠고
이미 생채기 나버린 내 마음은 회복될까 하는 회의감에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 현실을 마주해야만 했다.
비단 그 일 때문만은 아니지만
나는 이제 아이를 사랑하는 모든 후배들에게
쓰디쓴 현실을 직시하게끔 도와주어야 할
사명감이란 게 생겨버려서
철저한 이상주의자였던 만큼
더 아파오는 마음을 부여잡고
깨져버린 나의 이상을
조각나버린 그 동심을
'요즘은 어때?' 하고 물어오는 나의 착한 이들에게
살며시 내어 보여주었다.
내가 사랑하던 것이
이렇게 처참히 무너졌노라고.
그리고 절대로 이 길을 밟아선 안 된다고
나처럼 피투성이가 되어 되돌아갈 수조차 없게 되어버린다고
어릴 적 맨발로 잘못 든 갯자갈밭 위에서 내뱉던
그러한 절규를 또다시 내뱉고 있다.
그러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다만, 몰려오는 고통을 목구멍 사이로 간신히
욱여넣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