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터라이프 크라이시스라는 말을 아는가?
아마 누군가에게는 친숙한 개념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낯선 개념일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십 대 중반에 강력히 이 시기를 지났던 나는 이 개념에 대해 전혀 무지했었다.
쿼터라이프 크라이시스(quaterlife-crisis)란
인생을 백 세로 가정했을 때 그중 4분의 1 정도를 지나고 있는 이십 대 중반의 청년들이 겪는 고통, 불안, 두려움 등의 위기 상황을 뜻한다.
내가 이 개념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나와 같은 길을 걷게 될 수많은 흔들리는 청년들을 안심시키고자 함이다. 25살 무렵, 자신만만해하던 처음과 달리 연속된 두 번의 고시낙방으로 인생 첫 쓴 맛을 깨닫게 된 나는 꽤나 침체되어 있었다. 정신적으로도 영적으로도 깊은 암흑 속을 걷는 것만 같았고, 무엇 하나 제대로 내 맘대로 풀리지 않아 답답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냈다. 그저 버티는 것만이 전부였던 시기를 지나 처음 시작한 사회생활. 사회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쓰라렸고, 단순한 쓰라림을 넘어선 상처의 연속으로 매 순간 날 할퀴었다. 초, 중, 고를 거쳐 대학까지 12년간 배운 나의 모든 지식들이 하등 쓸모없는 것으로 바뀌고 내가 굳게 믿고 있던 상식의 가장 마지막 선을 우습게 넘어버리는 사람들을 보며 ‘세상은 원래 이런 것인가’, ‘내가 믿고 있던 세상은 도대체 무엇이었는가’ 하는 염세적이고 자조적인 한숨만이 하루를 메우게 되었다.
그러던 중 ‘쿼터라이프 크라이시스’에 대해 다룬 영상을 보게 되었고, 나는 연신 무릎을 치며 내가 겪고 있는 현재의 당혹감과 어려움, 그리고 깊은 절망이 모두 쿼터라이프 크라이시스임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유튜버의 말에 의하면 갓 사회에 나온 이십 대 중반들은 여지껏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크게 괴로워하며 불안하고 우울한 시기를 지난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잠시일 뿐이며 길어도 2-3년 이후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괴로움에서 벗어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게 될 것이라 했다. 그 영상을 보며 나는 적지 않은 위로를 느꼈고, 한국에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이 개념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보는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당신에게는 이 시기가 있었는가?
아니면 아직 오지 않았거나, 이 시기를 겪고 있을 주변인들이 떠오르는가.
무엇이 되었든 우리 모두에겐 현실을 살아가며 겪게 될 다양한 어려움들을 보다 성숙히 이해하고 초연해지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가 겪는 모든 고통은 수많은 세월 동안 인류가 이미 겪어왔고, 또다시 다음 세대로 옮겨져 갈 찰나의 모래바람일 뿐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