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는다.
나름의 일정을 소화해 내며 잔잔히 흘러갔던 주말을 보낸 뒤 맞이한 밤엔 가끔 잠이 오지 않곤 한다.
일을 그만둔 이후 그렇게 갖고 싶어 했던 내 시간이었지만, 도무지 무엇을 하며 이 하루하루를 온전히 채워가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른다.
나, 쓸모 있는 인간인 걸까?
머리와 마음이 정확히 반으로 갈려 내가 쓸모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 것 같은 느낌을 가지고 매일을 보내면서 이게 괜찮은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반추한다.
그러다 보면 건강한 것 같기도 건강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한 상태로 보내는 일상이 좋은 듯 싫고, 싫은 듯 좋다. 좋다면 일하며 받는 스트레스가 없어서일 것이며, 싫다면 일이 없어 받는 스트레스가 있어서겠지.
말장난 같지만 이게 현재 내 상태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일테다.
인간에게 일이란 무엇일까, 일은 소명 의식을 가지고 해야 한다는 순수한 동심으로 자라왔던 내가, 도리어 너무나 순수했기에 더욱 더럽혀진 마음으로 세상 한가운데 길을 잃고 서 있다.
이제는 무슨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나. 아프니까 청춘인 것일까.
사실 조금 그 말을 좋아하는 편이었는데도 매일 휘몰아치는 괴로움 가운데 있으니 그 말이 미워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어디까지나 고통에 초연한 멋진 어른이고 싶었는데 그것도 내 맘대로 되지 않고, 그저 좋은 일에 기뻐하고 나쁜 일에 좌절하는 일희일비의 인간이 되어버린 것을 인정해야만 하는 시절이다.
‘아버지, 나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요?’
깜깜한 적막 속에 던져진 물음은 채 30초를 꽉 채우지 못하고 다시 다른 번잡함으로 뒤덮이고, 그렇게 나의 수많은 물음들은 답을 얻지 못한 채 내 영혼을 붕 뜨게 만든다. 조급함과 불안은 어디서 오는가. 내게 이것을 제어할 능력이 있는가. 나는 이것이 어디서 흘러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는 것처럼 나 자신이 다시금 평온으로 뒤덮이길 간절히 소망한다. 그것이 막막한 이 밤을 버티어낼 수 있는 나의 유일한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