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브래지어를 찾아~
수술하고 나니 수술 부위뿐만 아니라, 몸 전체의 감각이 예전보다 민감해졌다. 그래서 압박되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는 것을 찾게 되는 속옷 유목민이 된다.
수술 후 당분간은 고정과 압박을 위해 병원에서 준 부드러운 촉감의 탄력이 짱짱한 레저브라를 착용해야 하기 때문에 속옷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됐다. 앞 훅이 이렇게 편할 줄이야~ 간호사님이 S 사이즈가 맞을 거 같다며 주셨고, 나 역시 그럴거라 생각하고 받은 S가 생각보다 커서 그대로는 제 기능을 못했다. 압박이 안 돼 지지도 못했고, 몸통 둘레도 커서 심하게 휘휘 돌아갔다. 오래 입을 것도 아닌데 새로 사기도 그렇고 해서 방도를 찾다가 등판을 손바느질로 꿰매서 가슴둘레는 줄이고, 패드를 넣어 압박이 될 수 있게 했다. 평소 같으면 무지 답답했을 테지만, 단단히 잡아주지 않으면 움직일 때 통증이 따라왔고, 누적된 통증이 밤에 몰려왔기 때문에 답답함은 ’그까짓‘이 되었다.
병원에서 준 레저브라를 계속할 수 없으니, 기존의 브래지어를 착용해 봤다. 날이 더워지면 레저브라가 더워질테니 기존 것들이 불편하면 미리 준비도 필요하기 때문에… 노와이어에 심리스는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입어보니 수술 부위는 생각 이상으로 민감해져 있었다. 여름에 쾌적하게 입을 수 있던 소재와 촉감이 까끌까끌해서 쓰라렸다. 당장은 힘들지만, 시간이 조금 더 흘러 살짝 무뎌지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졌으나 생각보다 무뎌지지 않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노와이어&심리스&보들&여름에 적당한 것을 찾기 위해 온오프로 두루두루 열심히 찾았다. 처음엔 앞 훅이 있으면서 조건에 맞는 걸 찾았으나 전무후무하여 포기하고 앞 훅은 포기했다. 예전에는 앞 훅이 거슬려서 불편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번에 막상 착용해 보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소재가 괜찮다 싶으면 패드가 부담스러운 두께이고, 절개선이 딱 수술 부위에 닿는 부분에 있거나... 속옷 유목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막상 당사자가 되어보니, 환자 또는 회복인들을 위한 속옷들이 별로 없어 선택권이 거의 없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림프절 절제까지 한 경우는 더하지 않을까? 내가 느낀 불편한 점을 개선한 환자들을 위한 속옷을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만큼 절실했다. 결국 레저브라 이후 선택한 속옷은 이마트에서 구매한 보들보들하고 패드가 얇은 여름 소재의 사이즈가 큰 주니어 심리스 브래지어였다. 만족이니 뭐니 하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쭉 착용할 게 아니었기 때문에 저렴한 비용으로 적당히 타협했다.
[유방암 수술 환자라면 미리 확인해 볼 사항]
1. 병원에서 레저브라를 제공하고 포장을 뜯어 확인가능하다면, 꼭 본인 몸에 맞는지 확인해 볼 것!
2. 기존에 착용했던 브래지어 소재가 수술 부위에 자극이 되는 것은 아닌지? 속옷의 절개선이 수술 부위와 닿는 위치는 아닌지?
예상과는 달리 커서 그대로는 제 기능을 못했던 브라. 결국 셀프 커스텀 - 등판을 손바느질해서 가슴둘레를 줄이고 패드를 넣어 움직일 때 충격을 잡아줄 수 있게 했다.
#상피내암 #레저브라 #속옷유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