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만에 목욕다운 목욕을 하다.
수술 후 가슴이 탱탱히 부은 채 퇴원 > 퇴원하고서 외래에서 배액관을 달고 일주일 후 제거하는 순탄치 않는 여정을 거치며, 빠르면 수술 후 일주일 안에 할 수 있는 간단한 샤워를, 나는 25일 만에 제대로 몸통 전체 샤워? 목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겨울이고 건조한지라 온몸에 허연 각질 가루가 나풀나풀~ 못 씻은 가려움보다 이 하얀 각질을 견뎌내기가 더 힘들었다.
마지막 외래에서 바로 샤워해도 된다고는 했지만, 순탄치 않은 상황을 겪곤 느긋하게 며칠을 더 두고 목욕을 했다. 상처가 물에 너무 젖게 되면 좋지 않을 것 같아, 드레싱 밴드를 그대로 하고 상처 부위를 제외한 곳부터 씻고 마지막에 수술 부위 주변을 씻는 순서로.
더 이상 상체, 하체 분리해서 조심조심 하지 않고 온몸에 따뜻한 물을 적실 수 있는 시원함.
가능한 비누 거품으로 빠르게 샤워 같은 목욕을 하려 했으나, 긴 시간 동안 묵혀 있던 각질들이 샤워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인 갬성 이태리 때수건의 소환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되었다. 샤워에서 목욕으로 전환! ㅎㅎ 때수건이 지나간 자리마다 지렁이 한 마리씩이 덕지덕지 남았지만 이 시원함이란~ 본래대로라면 벅벅 밀었겠지만 아직 상처도 덜 아물었고, 멍도 좀 남아있고, 수술한 쪽의 팔 사용도 조심해야 했기 때문에 적당한 강도, 적당히 시원함을 만족하며 신속히 목욕을 마칠 수 있게끔 했다.
드레싱 밴드 사이로 물이 세어 들어가 상처가 덧날 수도 있기 때문에 물기를 잘 닦아내고 밴드를 살살 떼냈다. 밴드 접착제 발진과 떼 내는 장력으로 아문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살살~
처음으로 수술 부위와 대면했다. 4cm정도(손가락 2마디) 가로로 꿰매져 있고 상처 왼쪽은 아직 딱지가 조금 남아있고 오른쪽은 옅은 분홍의 가는 선으로 흉터가 되어 가고 있었다. 고인 피를 짜낸다고 수술 부위를 다시 헤집지 않았다면 상처부위의 왼쪽도 가는 선으로 남지 않았을까? 약간의 붓기가 조금 남아있는 듯하고, 밴드로 가려져 있던 많은 멍들이 보였다. 종양 덩어리를 덜어냈다고 그 부분이 푹 꺼져 보이진 않았고 살살 만져보니 아래쪽에 통증이 좀 남아있었다. 수술한 부위가 가지고 있는, 피부의 단단함은 언제쯤 나아질까?
평소대로 막~ 원하는 만큼 씻지 못했지만, 이 정도가 어디인가! 이루 말할 수 없는 개운함!
#상피내암 #수술후 #첫목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