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속 여성 이야기

인생은 어떻게 사는 것이 정답일까?

by 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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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006년 작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좋다고 꼽는 주위 여성들이 많다. 빠르고 통쾌한 전개, 앤 해서웨이와 메릴 스티립이라는 매력적인 배우, 당시 뉴욕의 패션을 진짜 원 없이 보여주는 등 시각적으로 보고 즐길 요소가 많고 가볍고 상쾌하게 보기 좋은 영화라 그럴 거 같다. 나도 좋아하는 영화 중에 하나를 꼽자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들어간다.

영화 자체는 당시 뉴욕 패션계의 허상과 사치를 비판하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어디선가 주워들었다. 영화의 재미 요소는 극악의 상사와 살아남기 힘든 회사에서 당차고 통쾌한 앤디의 모습과, 사치로 가득한 세계보다는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앤디의 변화과정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나는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하고 싶은 것은 '미란다'와 '앤디' 두 개의 삶 속에서 각자의 정답을 찾아가는 두 여성의 모습이다.


영화의 스토리 텔링 상 앤디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지만 임팩트는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미란다'도 주인공 못지 않다. 전형적인 나쁜 상사로 설정된 캐릭터인 미란다는, 당시 성공한 커리어 우먼의 전형적인 설정을 전부 때려 박은 것 같은 설정을 가지고 있다. 예민한 성격, 사람을 도구로 취급하는 냉정함, 독하고 냉정한 성격, 그리고 일에 집중하느라 가정에 소홀하다는 것까지. 하지만 이상하게도 난 영화를 보면서 앤디가 싫고 무서운 '빌런 캐릭터'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욱 매력적이고 멋지고 색다른 여성 캐릭터로 느껴졌다.


앤디가 하는 대사 중에서 그런 게 있다. '미란다가 남자였다면 사람들은 그녀가 일을 완벽하게 하는 사람이라고 존경했을 것이다.'라고. 미란다는 성격이 더럽고, 냉정하고, 독하지만 '런웨이'를 세계 최고의 잡지로 만든 누가 뭐라하도 패션계의 탑급인 사람이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최고의 CEO 라고 부르지 독한 여성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미란다는 애초에 성격이 독하고 냉정하고 가정의 소홀한게 아니라 성공하기 위해서 그렇게 선택과 집중을 한 것이다. 영화 내내 앤디에게 전해졌던 메세지도 그것이다. 친구와 가족과 연인을 사랑하는 앤디에게 모든 것을 가지고 성공할 수는 없다고. 아마 승진할 때쯤이면 인생이 바뀔거라고 말하던 그 대사가 뜻하는 바는 이것이다.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포기하는 것도 있어야 한다. 그게 좋은 성격, 안정적인 연인 관계, 아끼는 친구일지라도. 그리고 미란다는 그것들은 전부 버려서 독하고 냉정한 사람이 됐지만, 누구도 넘 볼 수 없게 성공했다. 그것이 그녀가 성공한 방식이고, 선택한 삶의 길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꼽자면 성공을 위해서 친한 동료를 (어찌 말하면) 배신한 미란다에게 앤디가 그렇게 살고 싶냐고 묻자 누구나 이런 삶을 원한다고 말하던 미란다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서 미란다는 앞으로 나아가서 기자들에게 둘러 쌓이지만, 앤디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곳을 돌아 나선다.


미란다는 일을 선택하지만, 앤디는 다른 사랑하는 것들을 선택한다. 미란다는 자신만만하게 '누구나' 이 삶을 원한다고 했지만, 앤디는 그 '누구나'가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단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선택했다. 언제나 전전긍긍하며 받았던 미란다의 전화소리도 그대로 무시하고 분수대에 넣어버린다. 아주 통쾌한 장면임이 틀림 없다. 자신의 선택의 단 한치의 흔들림과 후회가 없던 그 표정. 다시 생각해도 전율이 흐르는 거 같다.


앤디는 성장했고, 미란다와 같이 살 수 있지만,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삶을 선택했다. 비록 성공 길이 보장되어 있지 않지만,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고, 다시 사랑하는 연인 관계로 돌아간다. 그것이 앤디가 한 선택이다. 그 선택에는 단 한치의 흔들림 없이 올곳다. 자신의 선택에 믿음이 있는 사람만 나올 수 있는 그런 표정이다.


마지막 장면의 미란다와 앤디가 마주한 인사는 상사와 부하의 인사가 아니라, 서로의 삶을 리스펙(respect)하는 인간 대 인간의 인사로 느껴진다. 미란다도 누구나 이렇게 살고 싶어 한다고 말했지만, 그녀의 추천사에서 느껴지듯이 앤디가 선택한 그 길도 진심으로 리스펙 했다. 자신은 이렇게 선택했지만, 앤디가 선택한 것도 정답이라고. 미란다도 미란다의 정답을 찾아 살아가고, 앤디도 앤디의 정답을 찾아 살아간다. 정답이 꼭 하나일 필요는 없듯이, 각자의 정답을 찾아 나아가는 두 명의 여성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나도, 미란다도, 앤디도 각자의 인생에서 각자의 정답을 찾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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