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편지

by Lusaka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보낼게요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나 우리의 첫 입맞춤을 떠올려

그럼 언제든 눈을 감고

가장 먼 곳으로 가요


난 파도가 머물던

모래 위에 적힌 글씨처럼

그대가 멀리 사라져 버릴 것 같아

늘 그리워 그리워


여기 내 마음속에

모든 말을 다 꺼내어 줄 순 없지만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어떻게 나에게

그대란 행운이 온 걸까

지금 우리 함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난 파도가 머물던

모래 위에 적힌 글씨처럼

그대가 멀리 사라져 버릴 것 같아

또 그리워 더 그리워


나의 일기장 안에

모든 말을 다 꺼내어 줄 순 없지만

사랑한다는 말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띄울게요

좋은 꿈이길 바라요


아이유 - '밤편지'




이 노래가 처음 발매되던 때, 나도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어설프게나마 경제력이 생기면서 돈 쓰는 재미를 제법 알아가던 시절이었다. 사랑에는 일절 관심도 없었다. 버는 돈을 온전히 나에게 투자하는 자유가 너무나도 달콤했다. 당연히 여자친구도 없었다. 남들은 왜 연애를 안 하냐고 부추겼지만, 나는 줄곧 솔로주의라는 내 이성적 소신을 고수했다. 그때의 내게는 자유가 필요했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자유가.


수입이 생기면서 처음으로 걱정 없이 물건을 사고, 배달음식을 주문하고, 구독요금제에도 가입할 수 있었다. 단돈 몇천 원이 아쉬워서 하지 못했던 애플뮤직을 구독하며 속 시원해 하던 기억이 난다. 그때 당시만 해도 애플뮤직에는 한국 노래가 많지 않았는데, 운 좋게도 처음 듣게 된 한국 노래가 바로 아이유의 '밤편지'라는 노래였다. 그리고 나는 이 곡에 곧바로 매료되었다.


사랑의 ㅅ자에도 관심이 없던 내게도 이 노래를 듣는 순간만큼은 '나도 사랑이란 걸 해봤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가사가 내 마음울 울렸다. 밤 감성에 민감한 내게 이 노래는 마치 사랑스러운 자장가였다. 방 안의 창문을 보며 반딧불처럼 빛나는 노랫말들을 상상하곤 했다. 어디에 있을지 모를, 혹은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를 내 사랑에게 밤편지를 보내는 상상을 하곤 했다. 그러다 언젠가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 만약 내게도 기적적인 확률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기적을 이뤄준 답례로 그녀에게 이 노래를 꼭 불러주리라고.


그리고 8년 후, 기적이 일어났다. 사랑을 시작하는 기적이 일어났고, 그 기적의 상대가 바로 그녀라는 더 큰 기적이 일어났다.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세상에는 정말 기적이란 게 존재하긴 하는 모양이다.


나는 이제 매일 밤마다 그녀에게 밤편지를 쓴다. 방 안의 창문을 보며 사랑스럽게 빛나는 그녀의 미소를 떠올린다. 그녀와 통화를 하며 내 목소리가 그녀의 방안 창문에 닿기를 소망한다. 내 품에 안긴 채 쌔근 쌔근 자고 있는 그녀를 보며 사랑한다고 속삭인다. 그리고 그녀에게 입을 맞추며 가장 먼 곳으로 떠나는 상상을 한다. 모래 위에 적힌 글씨처럼 매일 그녀를 그리워한다.


얼마 전 오랜만에 애플뮤직으로 노래를 듣는데, 플레이리스트의 첫 곡으로 이 노래가 재생되더라. 생각해 보니 이 곡은 그동안 내 플레이리스트에서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다. 애플뮤직을 구독한 지가 벌써 9년이 다 되어가는데, 그동안 네 다섯 번이나 폰을 바꾸면서도 한 번도 이 곡을 제외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9년이면 질릴 만도 한데, 이 곡은 여전히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내게도 기적같은 사랑이 찾아올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어쨌든 그녀는 오늘 친구들을 만나러 갔고, 나는 코인노래방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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