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직업은 카피라이터다. 그 이전에는 기자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이전부터 쭉 글을 쓰면서 살아왔다. 이런 내게 글감은 나를 움직이는 에너지다. 글감이라는 원료를 열심히 가공해 문장이라는 연료를 만들어 생계를 유지한다. 때문에 나는 매사에 늘 편견 없이 자유분방하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하는 편이다. 틀에 박힌 생각으로는 팔아먹을 만한 문장을 만들 수 없으니까. 하지만 이런 내게도 절대 자유의 여지를 주지 않는 분야가 하나 있다. 바로 맞춤법이다.
나는 맞춤법에 대해 굉장히 민감한 편이다. 만물에 대해 개방적이고 열려 있으려고 노력하는 한편, 맞춤법에 대해서만큼은 이상하리만치 보수적이다. 어쩌면 일종의 직업병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직업에 의해서 생긴 후천적인 병증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선천적이고 고질적인 성격에 가깝다. 나는 모든 것을 확실하게 규정해야만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이다. 단 하나라도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으면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밥을 벌어 먹고 살기가 매우 힘겹다. 광고적 허용이라는 관용 아래 맞춤법을 가볍게 무시하기 일쑤인 직업적 환경에서, 내 성격은 매일을 갈등한다.
재작년, 회사를 그만 둘 당시 나는 한계 이상의 갈등에 시달렸다. 사회생활 이래 처음으로 실패를 맛보았고, 처음으로 사람에 대한 혐오감을 느꼈다. 당장이라도 퇴사하겠다는 말이 목구멍을 넘어 숨구멍까지 들이차는 경험읗 하루에도 수십 번씩 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의미가 없는 철야는 계속됐고, 정신과 육체가 모두 소진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하루가 지날수록 가슴은 퇴사라는 단어에 관용을 베풀라고 아우성을 질렀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퇴사라는 관문을 막아선 건 머리였다. 머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당장 힘들다고 퇴사하는 건 인생의 맞춤법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하지만 결국 퇴사를 했다. 내 인생에 있어 처음으로 내가 정한 삶의 맞춤법을 거스른 행위였다. 그 결과는 잔혹했다. 백수가 된 나에 대한 부모님의 걱정, 친척들의 오지랖, 주위의 따가운 눈총, 그리고 무엇보다 문장을 팔아 유지하던 통장 잔고의 고갈. 그래도 퇴사 후 두어 달은 그나마 나았다. 인생의 버킷리스트였던 것들 중 하나였던 유럽여행을 다녀왔고, 벌어먹기 위한 글이 아닌 나를 위한 글을 쓰는 시간도 마음껏 가졌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나온 글들이 죄다 암울한 내용들이더라. 고정적인 수입이 없다는 불안감, 버티지 못하고 패배했다는 자괴감이 나를 위해 쓴 글 속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렇게 세 달을 폐인으로 지냈다. 마치 틀린 맞춤법이 그대로 TV에 온에어된 것처럼 영영 돌이킬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지나고 나니, 그 당시에는 왜 그렇게 미련할 정도로 맞춤법에 집착했나 싶다. 맞춤법 좀 틀렸다고 인생이 기울어지진 않더라. 물론 통장 잔고는 이전에 비해 많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퇴사로 인한 인생의 공백은 어떻게든 다시 차곡차곡 채워지더라. 퇴사 당시에는 아무런 의욕도 계획도 없었지만, 그것도 그런대로 나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계획이 없으니 우울함만 떨쳐버리면 그만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패배감의 온도는 내려갔고, 온도가 내려가니 다시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하더라. 결국엔 맞춤법 좀 틀렸다고 인생이 꼬이지는 않더라. 맞춤법을 걱정할 일이 없으니 오히려 더 편해졌다고나 할까?
결론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힘들었던 반년이라는 시간이, 오히려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는 것이다. 한 번 틀리고 나니까 별 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오히려 더 편하고 머리가 맑아지기까지 했다. 마치 인생을 한 번 재부팅한 것만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나는 이제 더 이상 맞춤법에 집작하지 않는다. 광고적 허용이라는 업계의 관용처럼, 나도 내 인생에 조금은 관용을 베풀기로 마음 먹었다. 이제는 맞춤법이 어려울 때는 갈등하지 않고 그냥 틀리고 만다. 틀리면 좀 어때. 그래도 다들 잘만 알아 듣더라. 중요한 건 맞춤법이 아니라, 내용이다. 맞춤법이야 어떻든, 의도만 잘 전달되면 그만이니까. 그러니 맞춤법에 얽매이지 말고 현재의 행복에만 충실히 의도하자. 의도만 잘 가지고 있으면 맞춤법이야 어떻든 살아지더라.
그나저나, 원래 하려던 말은 이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맞춤법에 민감한 내가 요즘엔 애교를 잔뜩 부리느라 맞춤법 파괴자가 되었다는 걸 말하려고 했는뎅. 아무튼... 나는 미니가 보고시프당. 사랑해여. 보고시퍼염. 메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