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면 후회하고 말 안 하면 눈치 보이고

발언과 침묵

by 태리


회의 시간이나 간담회 자리에서 할 말이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딱히 덧붙일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침묵은 오래가지 않는다. “OO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의견 있습니까?”라는 지목이 돌아오는 순간, 말하지 않는 선택이 부담이 된다.


사실, 모든 상황에 대해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분명 내 생각이 있을 때도 있고, ‘이건 꼭 말하고 싶다’ 싶은 순간도 있다.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말들이 있었지만, 결국 삼켜버린 적이 더 많다. 왜 그랬을까?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우리는 발표를 잘하는 친구를 박수로 응원하기보다, ‘유난스럽다’며 눈치를 주는 분위기 속에서 자랐다. 누군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질문을 하면 ‘저 사람 너무 튄다’, ‘끝나가는데 분위기 못 읽네’라는 시선이 먼저 갔다. 특히 강연처럼 다수가 듣는 자리에서는 발표자보다 청중의 시선이 더 두려웠다. 그래서일까. 강연이 끝난 뒤, 줄을 서서 조용히 1:1 질문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상하리만큼 안심이 된다. 나도 그 줄에 서는 쪽이다.


사실 ‘말하지 않음’ 뒤에는 복잡한 맥락이 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발언하기보단 사적인 대화가 편한 이유, 의견을 꺼내기 망설여지는 이유는 단순히 내성적인 성격이나 말재주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내 말이 중요하지 않게 들릴까 봐, 상황을 흐리게 만들까 봐, 혹은 대화 흐름을 깨는 사람이 될까 봐 우리는 조심스러워진다. 때로는 내가 공감하지 못하는 대화에 끼어들기보다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네네’를 반복하는 게 더 편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대화는 그렇게 돌아가는 게 아니다.


회의는 한 사람의 발표장이 아니고, 간담회는 질문받는 면접이 아니다. 대화는 함께 나누는 것이고, 회의는 서로의 의견을 점검하는 자리다. 말하는 사람 따로, 듣는 사람 따로 있다면 그것은 대화가 아니다.


물론 침묵이 필요할 때도 있다. 때로는 입을 다무는 것이 지혜일 때도 있다. "말 안 하면 중간은 간다"는 말처럼, 신입의 입장에서는 괜히 나섰다가 실수하느니 침묵을 택하는 게 더 안전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네네’만 반복할 수는 없다. 어느 순간에는 내 생각을 말하고, 내 감각을 표현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말을 잘한다는 건 말을 많이 한다는 뜻이 아니다.

생각을 구조 있게 전달하고, 비난이 아닌 제안을 하는 것, 그것이 발언행동의 핵심이다. “이건 잘못된 것 같아요”가 아닌 “이 부분에서 혼란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혹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볼 수 있을까요?”라는 식으로 말해보는 거다.

질문의 형태로, 공감의 말투로, 상대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내 의견을 전달하는 것. 그게 바로 조심스럽지만 용기 있는 말하기다.


회의 전에 질문을 미리 정리해 보고, 개인 면담 시간에 작은 제안부터 해보자.
모르는 것은 궁금해하고, 아는 것은 나눠보자. 공통의 주제가 아니더라도, 나만의 시선에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중요한 건, 말하지 않으면 성장도 없다는 것이다.

내가 말하지 않는 동안, 누군가는 말하는 법을 배우고 기회를 얻는다.

말은 기술이다. 그러나 그것은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익혀갈 수 있는 감각이다.
‘튀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 아니라, 들리는 사람이 되라는 말이다.


�️ [Note] 말에도 방향이 있다 – ‘건설적 발언’과 ‘방어적 발언’

말을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무엇을 어떻게 말하느냐’*는 우리가 조직 안에서 어떤 사람으로 인식되는지를 결정짓는다. 아래는 신입사원이 특히 알아두면 좋은 두 가지 발언행동의 유형이다.


건설적 발언 (Constructive Voice)

조직이나 팀의 개선을 위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발언

‘비판’보다는 ‘제안’에 가깝고, ‘나 잘났다’가 아니라 ‘우리 잘되자’에 가깝다.


예시:

“이 단계는 반복 작업이 많아서 자동화하면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신입 입장에서 느낀 점인데, 온보딩 자료에 이것도 포함되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잘 되고 있지만, 이 방향도 한 번 검토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TIP:

상대를 비난하지 않고, 함께 고민하는 말투

가능하다면 구체적 대안을 함께 제시

질문형으로 마무리하면 부담 없이 의견 제시 가능


방어적 발언 (Defensive Voice)

자신의 책임을 피하거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자기 방어적으로 하는 발언
겉으로는 상황을 설명하지만, 실제 목적은 ‘책임 회피’ 일 때가 많다.


예시:

“저는 그 부분에 대해 전달받은 게 없었습니다.”

“지시받은 대로만 했습니다.”

“그건 제 담당이 아니라서요.”


TIP:

무조건 방어적 발언이 나쁜 건 아니지만, 반복되면 ‘무책임’한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

문제를 회피하기보다, 상황을 설명한 후 대화를 이어가려는 태도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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