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때부터 등급을 받아오는 사람을 살아왔다. 점수로 쪼개져 너는 몇 등급으로 어디에 속한다.
대학에서도 시험점수로 평가를 받았다. 그렇다 보니 그때의 평가는 투명했다. 내가 치른 시험에 대한 결과였으니 말이다. 점수를 잘 받으면 장학금도 받았고 그러한 규칙에 맞게, 어쩌면 그렇게 사회에서 길러졌다.
그리고 힘들게 취업을 했는데, 직장 내에서 내가 받는 성적표는 시험범위와 채점기준도 모호한 그런 곳이다.
이렇게 잘 모르겠는 기준으로 받는 평가는 좋은 성적을 받으면 장학금을 받았던 때와는 사이즈가 다르다. 나의 생존과 직결된다. 평가를 잘 못 받으면 연봉이 떨어질 수도 있고, 승진이 누락될 수도 있다.
'S'와'A'를 받을 수 있는 비율은 정해져 있다. 그렇기에 조직의 리더에게 가혹할 수 있다. 누구한테 좋은 점수를 줘야 하는지의 문제는 정말로 일을 잘하는 직원에게 주는 것 OR 승진을 누락시키지 않는 것 등 다양한 요인들이 평가 점수의 배분을 힘들게 한다.
그래서 평가제도를 절대평가로 두는 곳도 있고 보상과 연계를 시키지 않는 곳도 있지만 어쨌든 이러한 평가라는 것은 한정적 자원의 배분이라는 성격 때문에 그리고 평가의 채점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때로는 내가 받은 이 점수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수 있다.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비율은 정해져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나의 동료를 밟고 올라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고수다. 요즘 방송 중인 음악 경연 프로그램인 《쇼미 더머니》를 떠올려보자. 1대 1 배틀임에도 불구하고, 두 래퍼가 환상적인 합을 보여주며 '레전드 무대'를 만들면 어떻게 되는가? 심사위원들은 패자부활전이라는 단계에서 그 사람을 제일 먼저 구제한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평가자가 정해진 등급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더라도, 팀 전체가 압도적인 시너지를 내어 상위 부서의 눈을 사로잡는다면 '추가 고과 TO'를 따올 명분이 생긴다. 동료를 경쟁자로 보고 견제하는 데신 시너지를 키우는 것이 훨씬 더 똑똑한 전략이다. "우리 팀이 다 너무 잘해서 누구 하나 B를 줄 수 없다*는 상황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조직의 시스템을 이기는 법이다.
나는 그냥 내가 열심히 하면 나의 노력의 결과를 다 알아봐 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나에 대한 평가도 누구보다 냉정했다. 목표를 달성해더라도 높게 주지 않았다. 뭔가 너무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나를 뽐내는 것처럼 느껴졌고, 오히려 이런 것이 부정적으로 비칠 것 같았다. 그런데 대부분 자기 점수는 후하게 주고 있었다.
내가 한 일을 어떻게 잘 포장해서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것은 가식이 아니라, 나라는 브랜드를 지키는 가장 이기적이고 똑똑한 전략이다. 나의 상사는 항상 나를 쳐다보고 있지 않다. 우리 부모님도 아니다.
나의 노력을 다 알 수 없다. 결국 나의 상사에게, 나를 평가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성과를 어필해야 한다.
만족하지 못한 점수를 받았다고 억울해할 시간에 우리는 내가 낸 성과가 팀 전체에 어떤 시너지를 주었는지 올해 나의 성과가 무엇인지 말이다. 내가 나를 뽐내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알아봐 주지 않는다.
조직의 승진제도마다 다르겠지만, 높은 직급을 달기 위해서는 받아야 할 점수도 높아진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근속이 짧은 저 연차의 우리 같은 사원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낙담할 필요 없다. 억울할 수 있지만 뭐, 나는 내가 할 일을 하자.
어쩌면 우리의 업무능력은 오래동안 조직을 이끌며 수많은 사원들을 본 리더의 눈에는 큰 차이가 안날 수 있다. 그것보다, 아침에 일찍 출근하기, 인사 잘하기, 말 걸면 단답안하고 대화하려고 노력하는 모습, 조직에 잘 적응하려고 열심히 하려고하는 그런 사원들을 더 좋게 바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