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요리사가 될 거야 - (1)

신입아, 너는 주방에 가서 토마토를 좀 삶아라

by 하빈

그동안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이용해서 학습과 관련된 뇌의 영역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보았습니다. 결국, 어떤 이루고 싶은 하나의 목표가 있을 때, 나를 책상에 앉히고, 집중하게 하고, 계속해서 목표를 향해 갈 수 있게 하는 방법이었죠.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차례입니다. 일단, 책상에 앉았고, 두근두근 동기부여도 MAX, 학습할 준비 완료! 롤러코스터에 탑승했고, 안전벨트도 다 맸다 이거예요. 근데 어떻게 출발하죠? 학습은 어떻게 하는 거죠? 그래서 이번에는 학습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볼까 합니다.


오늘 제가 전달하고 싶은 한 문장은 바로 이거예요.


인간의 뇌에는 시간적, 용량적 한계가 있다


우리가 한 번에 인지하고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전 우리가 어떤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 기술 등을 학습하는 과정을 하나의 요리로 비유하고 싶어요. 우리가 집에서 요리를 할 때, 주방에 작업대에서 요리를 시작합니다. 이 크기는 유한해요. 어떤 사람의 집에는 이 작업대가 유난히 클 수 있고, 원룸에 사는 사람은 작업대가 좀 작을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이걸 머릿속의 Working Memory(작업 기억)이라고 불러요. 우린 이 위에 장을 본 식재료들을 올려놓고 요리를 시작합니다. 간장 계란밥 같은 간단한 자취 요리는 많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아요. 계란이랑 밥, 간장이면 재료 준비가 끝나니까요. 그런데 만약 육개장을 끓인다거나, 고등어조림을 한다거나, 조금 어려운 요리를 하게 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좁은 주방 작업대 위 틈틈에도 재료들을 쌓아 놓게 되죠. 너무 많이 올려놓으면 양파 같은 게 굴러 떨어지기 일쑤예요. 이 정신없는 와중에 어제 먹은 설거지되지 않은 그릇들이 안 그래도 좁은 주방을 더 좁게 만드네요. 아일랜드식 주방 작업대 한편에는 벗어 놓은 옷, 차 키까지 쌓여있어요. 지금 요리가 문제가 아니에요. 이러면 당장 도마를 올려서 재료를 손질할 공간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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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려운 개념을 공부하려고 할 때, "와, 머리 터지겠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때가 있어요. 지금이 바로 그 순간입니다. 쉬운 내용(간장 계란밥)을 공부할 때는, 공부 내용 자체가 내 작업 공간을 크게 잡아먹지 않아요. 하지만 처음 보는 개념(인도 카레)이라던가 복잡한 내용(육개장)을 공부하려고 하면 일단 올라가야 하는 재료만 해도 한가득입니다. 근데 이 와중에 내가 할 요리랑 상관없는 것까지 주방에 가득하다면 학습 효율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여기서 옷과 쌓인 그릇들은, 즐겁게 일한다고 틀어 놓은 유튜브나 멀티태스킹, 끊임없이 울리는 회사 메신저 등을 의미해요. 요리를 더럽게 못하는 사람이더라도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일단 내가 하려는 요리랑 상관없는 잡동사니들은 치우고 작업 공간을 정리해야죠. 내가 학습하고자 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정하고(그래, 오늘은 김치찜. 너로 정했다!), 관련 없는 것들은 깔끔하게 머릿속에서 제거합니다. 그래야 요리를 시작이라도 해볼 수 있어요. 이 상태에서 요리가 나올 리가 없습니다. 양손을 올려놓을 공간이 있어야 칼질이라도 하고, 싱크대에 여유가 있어야 양파 껍질이라도 벗기죠. 그렇지 않으면, 그냥 시간만 흐르고, 주방만 더 정신없어질 뿐이에요.



토마토 시작할까?


뽀모도르 학습법이라고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이탈리아 사람이 제안한 뽀모도르(토마토)가 삶아지는 25분 동안 집중해서 하고 5분간 휴식한다는 꽤 유명한 학습법입니다. 저와 H는 무언가를 공부하거나, 지금처럼 글을 쓸 때 뽀모도르 학습법을 사용합니다. 이게 곧 터질 것 같은 주방이랑 무슨 상관이 있는지 차근차근 설명드리겠습니다.


우리에게 지금 목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내가 하려는 요리와 상관없는 잡동사니를 제거할 것, 그리고 아무리 필요하다 하더라도 한가득 쌓인 재료들을 단계 별로 정리해서 주방에 내가 작업할 공간 여유를 남겨둘 것. 여기서 제가 하나를 더 추가할게요. 요리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이죠, 한 작업이 끝나고 나서 중간중간 주방은 계속 깨끗한 상태를 유지할 것.


뽀모도르 학습법을 이용할 때 강조하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25분의 집중 시간 동안에는 집중력을 방해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제거할 것, 하고자 하는 일을 25분 동안 할 수 있는 작은 일의 단위로 나눠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을 처리하지 않도록 할 것, 25분이 지나면 반드시 5분의 휴식 시간을 가질 것.


왜 제가 뽀모도르 학습법을 작업 기억의 부하를 적절히 관리하는 방법으로 제시했는지 감이 오셨을까요? 우리의 뇌에는 시간적, 용량적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요리를 아주 전략적으로 해야 해요. 마치, 오버쿡과 같은 요리 게임처럼요. 여기서, 내가 하려는 요리와 상관없는 것들을 주방에서 정리하는 것(=25분의 집중 시간 동안 방해되는 모든 상황을 제거하기)은 너무 당연하니까 설명을 덧붙이지 않을게요. 처음 해보는 요리를 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하나요? 먼저 레시피를 훑어봅니다. 그리고 해야 할 일을 몇 개의 덩어리로 나눠요. 채소를 손질하기, 고기를 다지기, 손질된 재료를 볶기. 주방에 공간의 제약이 있기 때문에 이 모든 걸 한 번에 할 수 없습니다. 일단 채소를 다 손질하고 나서 채소 껍질로 가득 찬 주방을 한 번 치우고 냉장고에서 고기를 꺼내는 게 요리 고수들의 특징이죠. 우리 머릿속도 똑같습니다. 근데 왜 하필 25분짜리 덩어리일까요? 우리 머릿속 주방에는 단순히 공간적 한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적 한계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내가 어지럽히지 않았더라도 저절로 어지럽혀진다는 말입니다. 내가 요리를 하겠다는데 시간이 지나면 괜스레 주방에 와서 먹던 그릇을 슬그머니 싱크대에 올려놓고 가는 토끼 같은 아내나 남편, 자식들이 있다는 말이죠. 이렇게 작업 기억 용량이 온전히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보통 25-30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25분이 지났을 때 다시 더러워진 주방을 한 번 치워줘야 해요. 이렇게 채소 손질이 끝나고 손질된 채소를 한 쪽에 정리하고, 더러워진 주방을 치우는 작업이 바로 휴식입니다. 휴식은 유튜브를 켜는 것이 아닙니다. 유튜브를 켜는 것은 주방에 옷을 다시 올려놓는 일이잖아요. 우리는 주방을 깨끗이 비워야 합니다. 그래서 휴식으로 추천되는 방법은 생각을 잠시 비울 수 있는 간단한 신체 활동이나 명상입니다. 말은 거창하지만 저는 그냥 쉬는 동안에는 잠깐 방 안을 간단히 걷거나, 카페 밖을 산책하고 화장실을 다녀오며 일과 관련된 생각을 아예 비우려고 노력합니다. 괜스레 눈 스트레칭도 한 번씩 해주고요. 이렇게 하면 한 번의 뽀모도르 사이클이 끝이 납니다.


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뽀모도르 학습법을 사용해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경험상, 이 계획 -> 집중 -> 휴식 이 3박자가 모두 중요하더라고요. 의외로 일을 진행하는 집중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아무리 하기 싫어도 5분 정도가 지나면 그 이후 20분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거든요. 하지만 계획휴식이 의외로 챙기기 어렵습니다. 처음 뽀모도르 학습법을 접했을 때, 다들 25분과 5분을 강조하기 때문에 계획 부분은 챙기지 않았습니다. 근데, 요리할 때 25분 동안 고기 볶자!라고 정해두지 않으면 초반 많은 시간이 우왕좌왕하다가 날아갑니다. 그러다 보니 25분 중 정작 집중한 시간은 20분 정도밖에 되지 않고, 일을 25분 단위로 쪼개 놓지 않았다 보니까 25분이 지났을 때에 깔끔한 휴식으로 이어지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이 레시피를 휘리릭 훑어보고 할 일을 숭덩숭덩 나누는 이 계획 단계를 강조하고 싶어요. 휴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잠깐 쉴까? 했을 때 자연스럽게 핸드폰으로 손이 가는 게 현대인의 인지상정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4 - 5개의 뽀모도르 사이클을 하나의 단위로 씁니다. 그럼 2시간 - 2시간 반의 시간인데, 사실 2시간 동안 핸드폰 안 만지면 저도 두드러기가 나거든요. 괜히 그 이상 삶으면 온전히 집중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근데 의외로 익숙해지면 그 시간 동안은 온전히 사이클에 저를 맡길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이게 사실 말이 안 돼서 쉬는 시간을 10분 정도로 늘리고 5분 동안은 밀린 메신저 답을 하게 되더군요. 재택근무를 하면 집중력이 더 높아질 텐데!)


늘 이번 시리즈는 여러분이 다 아는 당연한 이야기를 제가 구구절절하는 것 같이 느껴지네요. 이번 주와 다음 주의 이야기는 CLT(Cognitive Load Theory)라는 인지 부하 이론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히 찾아보고 싶으신 분들이 있다면 이 이론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늘 저에게 더 도움이 되는 글이지만, 작은 욕심으로 읽어 주시는 여러분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 이제 토마토 삶으러 가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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