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요리가가 될 거야 - (2)

이제 주방에 들어와, 요리를 해보자

by 하빈

한 주 동안 토마토 삶는 법을 연습해 보는 시간이 되셨나요? 우리 최고의 요리사가 되기로 했는데, 토마토 스파게티만 배우고 끝나긴 아쉽잖아요. 오늘은 어떻게 하면 25분으로 나눈 시간을 현대인이 사랑하는 바로 그 단어, '최대 효율'로 쓸 수 있을지 적어보려고 합니다.


우리 어디 한번, 요리로 시작했으니 요리로 끝을 봅시다. 제가 공부한 모든 내용을 요리 수업에 야무지게 녹여 볼게요.


주방이 너무 좁다면 일단 간장계란밥


일단 당신이 요리는 도통해본 적이 없는 아주 깨끗한(?) 상태라고 생각해 볼게요. 그럼 일단 당연히 바로 깐풍기로 진도를 나갈 순 없습니다. 재료만 사서 주방에 올려놓기만 해도 벌써 벅차요. 재료를 손질하는 법은커녕 아직 불 조절하는 법도 모르니까요. 이럴 때는 사실 내가 배우려는 요리의 난이도를 대폭 낮추는 것이 1단계입니다. 버거울 때는 요리의 난이도를 일단 낮추세요. 당장 내가 학습하고자 하는 것이 재건축 투자라고 해도, 너무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재건축 투자 책을 봐도 잠이 오기 십상이고 부동산에 다짜고짜 찾아가도 퇴짜를 맞을 것이 분명합니다. 아주 쉬운, 예를 들면 <부동산도 한 걸음부터>와 같이 초보자 냄새가 풀풀 나는 블로그나 유튜브, 책을 골라야 합니다. 그리고 한 단계씩 올라가야 주방을 깨끗하고 정갈된 상태로 유지하면서 요리를 완성할 수 있어요. 이게 가장 당연한 1단계입니다. 너무 어려운 개념을 공부하는 것이 목표라면, 그중에서 가장 간단한 부분을 먼저 공략하세요. 그 어떤 어려운 개념이라도 가장 쉬운 부분은 있을 테니까요.


잘 설명된 레시피가 아니면 요리가 아니라 연구가 되고 만다


정말 글을 쓰면 쓸수록 학습과 요리는 많이 닮아있네요. 제가 아주 찰떡같은 예시를 가져온 것 같아요. 처음 배워나가는 요리라면 일단 레시피가 필요합니다. 새로운 요리를 창조할 것이 아니라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거라면, 기본적인 레시피가 필요해요. 이때, 의외로 어떤 레시피를 보느냐에 따라서 초보의 요리 완성도가 꽤 달라집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레시피에는 단계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레시피를 생각해 볼게요. "자 여러분 고기를 볶으세요. 아 맞다, 근데 당근을 먼저 볶아야 되긴 합니다. 볶아 놓은 당근을 다 볶아진 고기랑 같이 볶고~" 벌써, 주방이 순식간에 우당탕탕이 되었을 것 같네요. 프라이팬을 새로 하나 꺼내서 고기를 기다리게 하고 당근을 볶으러 가야 하니까요. 미리 레시피를 다 읽어 놓았다 하더라도 문제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머릿속은 저 순서를 바꿔야 한다는 것에 집중하느라 바쁠 테니까요. 요리 레시피에는 이런 경우가 많지 않지만, 다른 학습 자료들에는 놀랍게도 이런 자료들은 정말 많습니다. 사소하게는 관련된 이미지가 다음 장에 있는 책들도 많죠. 그럼 우리는 뒷 장과 앞 장을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하며 오가야 합니다. 단계적으로 설명된 예시가 적혀있는 학습 자료를 적극 활용하세요. 이게 정말 중요합니다. Cognitive Load Theory에서는 이 개념을 Worked Example이라 표현합니다. 실제로 하나의 용어를 만들어 놓았을 정도로 학습에서 단계적으로 잘 설명된 예시가 곁들여진 학습 자료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개념이 잘 정리된 책을 찾느라 시간을 쓰는 친구가 아무렇게 개념을 정리한 책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나보다 더 빨리 이해할 수 있음을 기억합시다.


내 머릿속을 구성하는 무한한 냉장고와 연결


이제 다시 깐풍기로 돌아갑시다. 제 진짜 목표는 사실 깐풍기였거든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요리지만 왠지 하기 엄청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막연히 들어요. 이런 어렵고 복잡한 요리라 해도 사실 요리 과정의 큰 틀은 크게 다르지 않을 거예요. 이때, 어떻게 하는지 잘 생각해 보세요. 레시피를 먼저 훑습니다. 어떤 재료들이 필요한지 보겠죠? 이미 내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이 있을 거예요. 저희 집은 운이 좋게 요리를 잘하는 가족 구성원이 있어서, 웬만한 기본 재료는 다 구비하고 있습니다. 깐풍기 밑에 깔아줄 양상추도 있고, 고추와 후추도 있어요. 엥? 근데 쥐똥 고추가 뭐죠? 이런 게 깐풍기에 필요하다고 하네요. 이때, 우리가 할 가장 자연스러운 과정은 쥐똥 고추가 정말 깐풍기를 만드는 데에 꼭 필요한 것인지 알아보는 것입니다. 우리 집에 있는 청양 고추로 대체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겠죠? 그래도 꼭 필요한 재료라면 구하러 마트를 가야겠죠. 이 과정이 효율적인 학습과 정말 동일합니다. 새로운 개념을 공부한다고 생각해 볼게요. 괜찮은 책도 골랐고, 이 개념을 공부하기 위해 가장 기초적인 지식들도 쌓아 놨어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어려운 개념을 들어간다고 할 때 레시피로 필요한 재료를 확인하고, 냉장고(머릿속)를 생각해야 합니다. 새하얀 도화지, 텅 빈 냉장고에서 시작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아요. 이미 기본 재료가 많은 냉장고에서 관련된 것을 꺼내오는 것이 훨씬 요리를 빠르게 합니다. 다짜고짜 1page를 펴는 것도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어떤 재료가 필요한지 확인하고 내가 이미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을 확인하는 것이 후에 요리를 할 때 요리 과정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습니다. 닭고기를 재우다가 "아, 쥐똥 고추가 지금 필요하네?" 보다 "쥐똥 고추가 필요하니까 미리 사두자"가 자연스럽죠. 학습을 시작할 때, 내가 이미 가지고 있던 관련된 지식을 활성화시키고, 연결시켜야 합니다. 이 연결이 앞으로도 계속 킥입니다. 깐풍기를 위한 재료도 숙지했고, 내 냉장고에 없는 것과 있는 것도 구분했어요. 나아가서 냉장고에서 내가 필요한 재료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전부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요리의 첫 단계라고 레시피에 적힌 대로 닭고기를 손질하고 각종 양념에 재웠어요.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죠? 우린 배웠잖아요. 하나의 작은 단위로 공부한 내용을 끝내고, 주방을 치워야겠죠. 다음 단계를 수행하기 위해 그동안 나온 그릇을 다시 정리하고, 나온 쓰레기를 정리합니다. (기억해요 우리의 뽀모도르!) 그리고, 양념에 재운 닭고기를 냉장고로 치워 놓습니다. 냉장고는 우리의 머릿속 장기 기억입니다. 냉장고는 좁은 주방에 올려놓을 수 있는 크기에 비해 훨-씬 큽니다. 그래서 우리는 요리의 작은 단위를 계속해서 작업한 이후에 냉장고에 넣어 놓고, 나중에 필요할 때 다시 빼고 작업하고 다시 넣어 놓는 것이 좁은 주방에서 어려운 요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됩니다. 그럼 냉장고(장기 기억)에 주방에 올려진 요리의 한 단계(작업 기억)를 어떻게 하면 넣을 수 있을까요? 아까 말씀드렸던 연결을 사용해야 합니다. 쉽게 생각하면, 냉장고에 있던 닭고기를 꺼내서 소금과 청주, 후추를 뿌리고 버무린 다음 다시 닭고기를 꺼냈던 그 자리에 다시 넣어두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원래 냉장고에 있던 것과 연결해야 새로운 내용을 냉장고에 넣을 수 있습니다. 학창 시절 어려운 개념을 배울 때, 비유를 통해서 갑자기 어려운 개념과 그 연결 고리들이 쉽게 이해된 적이 있으신가요? 그게 바로 냉장고에 새롭게 배운 지식 덩어리를 넣는 과정입니다. 우리의 장기 기억은 마치 하나의 큰 그물망과 같아서 그 그물망에 새로운 지식을 넣으려면 이미 걸려있는 고리에 새로운 지식을 걸어서 주렁주렁 매달리게 만들어야 해요. 지금 제가 하려는 일도 사실 여러분의 머릿속에 있는 요리라는 보편적인 경험, 지식에 새로운 지식인 CLT(Cognitive Load Theory)의 개념들을 걸어 넣으려는 시도입니다. 기존의 재료에 새로운 재료를 연결하는 방법은 아주 다양합니다. 볶을 수도 있고, 찔 수도 있고, 그냥 썰기만 할 수도 있고, 으깰 수도 있는 것처럼요. 복잡한 요리일수록 풍부한 방법을 통해 내용을 이해하고 연결해야 합니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상황과 비유해보기도 하고, 관련된 지식 중에 이미 공부한 것에 확장해나가기도 하고요. 풍부한 방법을 통해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연결하고 재구성하세요. 사실 그게 결국 요리잖아요?


이제 겨우 닭을 재웠네요. 냉장고에 닭을 넣어 두고 이제 소스를 만들고, 튀김옷도 만들어야죠. 각 과정을 할 때도 냉장고에서 굴소스와 고추장을 꺼내서 새로운 몇 개의 재료와 버무린 다음 다시 냉장고에 넣겠죠. 이 과정의 반복입니다. 정보를 쪼개고, 구조화하고, 쪼갠 덩어리들을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연결하세요. 이게 핵심입니다. 복잡한 요리를 하더라도, 레시피를 미리 보고, 각 단계를 큰 덩어리로 쪼개고, 이미 냉장고에 있는 것들과 조합해서 계속해서 냉장고에 더 정교하고 많은 재료가 융합된 요리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하세요. 이 과정을 의식하면서 하면 가장 좋겠지만, 저는 영 그게 쉬울 것 같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제가 결론을 낸 가장 좋은 방법은 마인드 맵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마인드 맵이 결국 연결이니까요. 세상이 많이 좋아져서, 무한 확장 페이지를 제공하는 어플도 꽤나 많더라고요. 내가 생각하는 각 자료를 연결해서 하나의 거대한 문서를 정리하는 방법을 제공하는 메모앱들도 있고요. 개인적으로 저는 Obsidian과 Concepts라는 어플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 아예 최고의 적절한 어플을 찾아서 소개해드리고 싶었는데, 딱 맞는 어플을 찾지 못했어요. (혹시 알고 있다면 추천해 주세요!)

마인드맵.jpg 제가 최근 미적분학 공부를 다시 시작하면서 만들어본 마인드 맵을 조심스레 올려봅니다!


에필로그


오늘은 CLT에서 제시하는 몇 가지 학습 방법에 대해 소개해드렸습니다. 마무리로 잘 정돈된 표현으로 제가 공부한 7가지 학습 방법을 정리할게요.


1. 내가 이미 가지고 있던 관련된 지식을 활성화시키고 연결시켜라(시작할 때)

2. 스스로 설명하고 스스로 솔직하게 잘 이해하고 있는지 생각하라

3. 능동적인 자세로 단계적으로 설명된 예시를 활용해라

4. 풍부한 방법을 통해 내용을 깊이 이해하고 재구성/연결하라

5. 문제 해결과 탐구 기반 학습

6. 정보를 쪼개고, 구조화하고, 그리고 쪼갠 덩어리들을 서로 연결해라

7. Germane Load만으로 버거울 때는, Intrinsic Load를 최소화하라


여기서 스스로 설명하고 솔직하게 잘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2번)과 문제 해결과 탐구 기반 학습(5번)에 대한 내용은 자세히 소개드리지 못했습니다. 뭔가 능동적 학습을 하라는 뻔한 엄마 잔소리 같이 들릴 것 같아서요. 그래도 짤막하게 첨언을 하자면, 2번은 메타인지와 스스로 말하는 학습법에 대한 내용입니다. 남에게 설명하려고 했을 때, 내가 진짜 잘 알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죠. 내가 온전히 이해했는지 확실하지 않을 때, 다른 사람에게 설명한다고 생각하면서 이해해 보거나 실제로 다정한 누군가를 앉혀 놓고 설명과 질문을 주고받다 보면, 내가 모르는 부분을 알 수 있고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을 이해할 수 있기도 합니다. 5번은 제가 이해했을 때에는 보다 참여적인 학습 방법을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실생활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제가 생각했을 때에는 질문 리스트를 제작하는 거예요. 어떤 개념을 이해해 가면서 스스로 궁금증이 생기거나 문제가 되는 부분을 적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식으로 학습을 하면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해결하고 탐구하는 학습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두 가지는 제가 개인적으로 CLT를 학습하면서 적극적으로 활용한 방법입니다.


글이 생각보다 더 길어졌네요. 최대한 짤막하고 핵심을 간파하는 글을 써서 효율적으로 학습하는 과정 자체도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그래도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운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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