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대하는 자세가 좋다
우리 가족의 서유럽 자유여행의 첫 번째 국가는 포르투갈이었다. 포르투갈은 대항해시대 때 스페인과 더불어 많은 식민지를 개척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국가다. 포르투갈에 도착해서 구경을 하다 보니 이런 대항해시대 때의 모습들이 관광지에서 간간이 눈에 띄었다.
포르투갈은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인구수나 GDP 등 경제적인 면에서는 한참 아래에 속해있다. 여행하면서 느낀 점은 소비재물가는 많이 낮은 반면 외식물가는 우리나라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아마도 관광객들이 많이 가다 보니 외식물가는 높아진 게 아닐까 생각했다.
여행을 하면서 느낀 건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인 면에서 낮다고 해서 결코 후진국이 아니라는 거다. 후진국을 판단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경제적인 지표를 가지고 선진국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난 그 나라 사람들의 의식 수준 즉, 국민성으로 선진국 후진국을 나눠야 된다고 생각한다.
포르투갈은 경제적인 면에서는 우리나라에 뒤질진 모르지만 내가 느낀 국민의식 수준은 우리나라보다 높았다. 사람을 대하는 그 나라 사람들의 의식 수준은 우리나라가 한참 뒤처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X 같다는 말은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남성이 여성을 대하는 문화, 어린이를 대하는 사회문화, 남녀평등에 관한 의식 수준, 사람 간의 매너 같은 걸 말하는 거다.
한 가지 예로 리스본의 벨렝지구에 관광을 갔었는데 제로니무스수도원의 대기줄이 정말 길게 있었다. 맨 뒤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입구 쪽에서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대기 줄 없이 입장을 하고 있었다. 우리 가족도 아이가 있었기에 엄청난 대기줄을 뒤로하고 바로 입장을 할 수 있었다. 포르투갈에선 아이가 있는 가족들의 경우 이런 배려가 제법 많았다. 반면 대한민국에서 10년 동안 아이를 키우면서 포르투갈과 같은 배려는 받아본 적이 없다. 있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비슷하다고 하는데 포르투갈에 도착해서 느낀 점은 많은 사람들이 웃으며 일하고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도 표정이 밝다는 거다. 그리고 관광객으로써 현지인에게 길을 물어볼 때도 전혀 싫은 기색 없이 설명을 해주고 일정 거리까지 같이 동행하며 길을 안내해 줬다.
한 번은 놀이공원을 가서 그쪽 보안을 담당하는 사람에게 수차례 질문(통역이 잘못되어)을 했는데도 매번 웃으며 친절하게 안내를 해줬다. 우리나라에서 동일한 상황에 처한다면 계속 친절하게 응대를 해줬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을 지나가다 맛있는 모양의 특이한 피자를 팔길래 안쪽을 우연히 쳐다봤는데 피자를 만들던 분이 사진을 찍으라며 웃으며 포즈를 취해줬다. 관광객 입장에서 너무나 기분 좋은 상황이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 40년을 살면서 이런 상황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너무 경쟁상황에 몰리다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웃음을 많이 잃어버린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들이 종종 발생하다 보니 매우 낯선 유럽이라는 지역에서 왠지 모를 사람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대신에 유럽사람들은 조금 느린 편이다. 한국인으로서는 매우 느린 편인데 이런 느림의 문화가 난 싫지 않았다. 그리고 유럽에 와서 놀란 건 운전자들의 매너와 태도다. 유럽의 운전자들은 횡단보도에 사람이 서있기만 해도 차량을 멈춘다. 혹시나 조금 횡단보도를 침범하게 되면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해준다.
또한, 운전할 때 급하게 칼치기를 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고속도로의 1차선은 무조건 앞지르기 전용으로 생각하기에 앞지르기를 한 뒤에는 무조건 2차선으로 빠진다. 그렇기에 운전자 간 크게 문제가 생기지 않고 혹여나 매너 없이 끼어들기를 하면 곧바로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해준다. 유럽은 차량 앞유리 3면에 짙은 선팅을 못하게 되어있어 운전자가 훤하게 다 보인다.
우리나라가 보복운전이나 도로에서 운전자 간 시비가 붙는 상황은 이런 운전 매너가 없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첫 운전을 했지만 불안함보다는 편안함이 더 컸다. 교통규정만 잘 준수하면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으니까
유럽을 다녀온 뒤 나는 한 가지 결심(?)까지는 아니고 노력을 하고 있다.
1. 횡단보도에 사람이 서 있으면 일단정지하기
2. 운전 중 크락션 누르지 않기
3. 고속도로 1차선은 앞지르기만 할 때 사용하기
4. 운전 중 상대방의 잘못된 행동 이해하기
누구는 말한다. 빨리빨리 문화가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빨리빨리보단 사람을 생각해야 될 때라고 생각한다. 빨리빨리 문화의 폐해가 지금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고 그로 인해 문제가 커지고 있다.
조금만 상대를 이해하고 조금은 느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우리나라도 유럽과 같은 여유 있는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유럽을 다녀온 뒤 요즘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