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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고 Jul 10. 2024

거룩한 아동학대, 모태신앙

인생의 절대적 우선순위가 신앙에 있는 집단에서 아직 가치관이 성립되지 않은 유년, 청소년기를 경험한 사람들이 있다. 나 역시 그러했고, 한 때는 그런 아이들에게 신앙을 가르친 적도 있었다. 나로서는 확신을 가지고 아이들을 선도했으나 이제 와서 그때를 돌이켜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학생들을 잘 가르쳐야 한다, 아이들이 미래다, 하는 식의 교훈적인 이야기들은 신천지에서는 원래 통하지 않던 것이었다. 신천지는 3년 안에 이루어진다는 식의 슬로건이 반복적으로 발표되었고, 완벽한 깨달음, 변치 않는 믿음 같은 추상적인 요건이 갖춰지면 하늘이 도와 역사가 완성될 거라는 말로 신도들을 호도했다. 그러니 학생들의 교육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아이들은 대체로 방치되었다. 이따금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교회나 지파의 학생부장을 맡기도 했지만 중앙권력으로 올라가는 일은 없었다. 따라서 학생회는 대체로 골칫거리로만 여겨졌다. 사명자의 자식들은 제대로 된 가정교육을 받지 못하고 탈선하거나 아예 부모와의 연을 끊어버리는 일도 많았다. 

그러다가 학생회가 갑자기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원래 총회신학부장이었던 자가 총회학생부장으로 좌천된 뒤였다. 총회 유력 인사였던 자가 자신의 권한을 다시 찾기 위해서 전국 학생들을 볼모로 잡았다. 찬반 신세였던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관심에 어안이 벙벙했으나 처음 겪는 관심에 도취되었다. 이에 편승해 여러 지파에서 유년, 학생을 이용한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했다. 그리고 학생이 신천지의 미래라는 식의 슬로건이 곳곳에 걸렸다.

아이들은 때아닌 관심에 전도의 열정이 생겼다. 어느 지파 어느 교회에서는 학생회로만 선교센터 개강을 하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수강생 기준에 만 18세 이상인 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벌이는 퍼포먼스였다. 대체로 이런 경우 학생부장이나 담당 강사가 이를 발판 삼아 상위 직책으로 올라가기 위한 수작이었다. 학생은 예전과 다름없이 그냥 이용당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오래전부터 베드로 지파나 맛디아 지파는 학생회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었다. 규모가 크다 보니 어디에서든 인재를 만들려는 욕심이었을 것이다. 나름대로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거쳐 인재를 양성했다. 대체로 교역자를 만들기 위한 포석으로 학생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 청년회에서도 직책을 부여해 실력을 검증하게 하고 교역자로 만드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건 대형 지파의 경우에 가능했던 거고 소규모의 지파는 운영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보통 재정적인 여유가 없기도 했지만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학생들을 가르칠 만한 인력의 부족이었다.

특이하게도 총회와 지역을 함께 쓰는 요한 지파의 경우 지방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현상들이 나타났다. 중앙 집권된 권력이 펼치는 악랄함을 목격한 거라고 생각된다. 총회장에게 잘 보이기 위한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수많은 사명자들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정작 필요한 것들이 누락되고 눈에 띄는 성과에만 몰두했던 것이다. 학생회는 방치되어 일종의 지하소굴 같이 되어버려 문제아 취급을 받았다. 그 와중에 두각을 드러내는 아이들은 특별관리되기도 했지만 대체로 학생회는 엉망진창이었다.  

신천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최근 횡령과 성폭력 문제로 시끄러웠다가 사고처리 된 총회 총무에 대해서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사람이 바로 요한 지파 학생회 출신이다. 학생회, 청년회 때부터 여자 좋아하기로 유명했다는 말을 요한 지파 사명자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아무튼 갑작스럽게 학생회가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생긴 변화들이 있었는데, 바로 자체 유치원 운영과 대안학교 운영에 대한 프로젝트였다. 나도 한 때는 이 프로젝트의 필요성에 대해서 주장했던 적이 있었다. 통일교의 선화재단이나 대순진리회의 대진재단의 케이스를 들었던 것이다. 전국적으로 학생회 강사를 만들겠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이 실시되었다. 이때 학생회 아이들이 단상에 올라 설교를 하거나 교육을 진행하는 일이 많아졌다. 이건 확실히 보여주기 식이었다.

신천지의 신학과정은 반복적인 비유풀이 과정을 통해 천국과 구원자에 대해 가르친다. 신이 인간을 들어 역사한다는 것과 시대마다 목자를 택한다는 구조를 집중적으로 가르친 뒤에는 계시록의 이긴 자가 바로 신천지의 총회장이라는 내용으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성경지식이 없고, 기독교의 역사에 대해서 잘 몰라도 신천지의 신학과정만 들어도 결국 결론에 도달한다. 아이들은 대부분 처음으로 접한 성경 해석이 신천지의 성경 해석이다. 신천지에서는 진리와 비진리를 구분하고 자신들의 주장만이 참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다른 주장은 배척한다. 아이들은 이대로 사고방식이 굳어버린다. 

신천지에서 이탈하는 아이들의 특징은 그저 종교성에 대한 거부감이다. 이상 행동을 하는 집단, 그리고 이를 가족들이 전적인 믿음으로 이행하고 있다는 데서 오는 본능적인 거부 반응이 작용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를 알기에 더 어릴 때부터 세뇌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빌립 지파에서는 유치원을 세우고 청년회에서 유아교육과를 나온 인력을 배치한 뒤에 사명자의 자녀들을 등록시켰다. 아이들을 교회에서 맡아주고 부모들은 전도의 일을 하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꽤 성공적으로 안착해 전국에 성공사례로 발표하고 견학을 하기도 했다.

그 결과 때마다 어린아이들이 동원되어 총회장의 기쁨조가 되었다. 아이들은 마치 자신들이 천국의 일꾼이라도 된 양 소감을 발표하고 율동이나 찬양을 불렀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총회장은 흐뭇해 보였다. 이 모습은 대체로 전국으로 송출되었다. 유년기의 아이들을 자식으로 둔 부모들은 빌립 지파의 유년 교육 현장을 부러워했다.


지금도 신천지에서는 아이들을 앞세워 공연하고 설교나 강의를 하게 하는 일이 많다. 어른들은 아이들도 아는 것을 세상은 알지 못한다는 논리로 자위한다. 그러나 이들이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은 모든 아이들은 자의 없이 그 행동에 가담한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가 기뻐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진리를 깨달아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공연하고 강의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 모습을 보고 기뻐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뿐이다.


순종적인 아이들은 부모의 기쁨을 위해서 신천지에 남아 시키는 일을 한다. 진취적인 아이들은 부모의 이상 행동에 거부감을 느껴서 신천지를 떠나고 싶어 한다. 부모의 손에 이끌려 신천지에서 수십 년을 보내다가 얼마 전 아이를 낳은 지인도 이 현실을 모르지 않아 공포를 느낀다.

"절대로 신천지에 등록시키지 않을 거야. 내 아이는 스스로 삶을 선택할 수 있게 도와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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