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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스 Mar 22. 2024

개를 키우면 일어나는 일 1-15

개를 키우는 자세 2

 내가 부상으로 인해 몸을 사리며 최소한의 산책만 해오던 사이 문제는 다시 슬금슬금 고개를 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보험사 직원은 단 한 번의 조사를 하고 간 이후 배상에 관한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난 재활도 다 안된 왼손 거의 하나극도의 긴장을 동반한 산책을 근근이 이어가던 나날이었다.  


다행히 봄이가 고집을 부린다거나 토리가 주변환경이나 자극에 정신이 팔리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잘 따라줬고 난 고라니를 만날 수 있는 곳, 고양이출몰지나 그 집개를 맞닥뜨릴 위험이 있는 곳은 피해 돌발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며 다녔기 때문에 그 와중에도 천만다행으로 곤란하고 힘겨운 상황 없이 산책은 꾸준히 해나갈 수 있었다.  물론 사방을 경계하는 극도의 긴장은 필수였지만 말이다.




일요일로 기억되는 물림사고 이후 3주쯤 되어가던 보슬비가 내리던 어느 날 새벽

우리 개들이 다급하게 짖는 소리에 나가보니 그 집 개가 우리 집 빌라 주차장과 개집이 있는 안쪽까지 들어와서 어슬렁거리다가 나를 보고 꽁무니를 빼며 도망가고 있었다.


뭐지?... 설마 아직도 개를 풀어놓는 거야?

기가 막혔다.

대체 나 나란 사람의 생명을  로 알고 저러는 거지?


이곳에 살지도 않는 자가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나를 문 개를 아직도 풀어놓고 있어 내가 사는 집까지 찾아오게 만들어?...


아니 남의 동네에 물림사고를 내고도 그 어떠한 반성도 실질적 사과도 없었거늘 그것도 모자라 그 개를 안이하게 지금까지 계속 풀어놓고 있단 말인가

이것은 다시 물릴 위험을 방기 하는 정도가 아니라 나를 특정해 심각한 위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람 제정신인가?


분노가 치밀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물론 지금까지의 행태로 미루어 이분이 쉽게 본인 아집을 수정해서 조심하려 교양이 있지는 않을 거라고 예상은 지만 자신의 개로 인해 동네주민이 물리고 그로 인한 피해와 고통으로 근 한 달째 고생을 하고 있는데 그 모든 걸 알바 없다는 듯이 천연덕스럽게 여전히 하던 대로 이 동네에 개를 풀어논다라...


내가 오른손부상으로 온종일 누워 지내다 몸을 사리며 간신히 소극적인 산책을 하면서 그 사유지 방향의 산 쪽 길을 가능한 피해 다니는 동안 아주 마음 놓고 그 개를 풀어놓고 지냈던 모양이다.


온전한 정신이 아니거나 사회적으로 공인된 지위와 손바닥만 한 사유지 좀 있다고 패혈증으로 죽을 수도 있었던 내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오만방자한 천 박 함에 기반하몰상식함이었다.


양심이 있다면...

세상사는 기본적인 예의인 도덕성과 일반적인 상식이 있는 자라면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난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풀려있는 그 개가 혹시 또 달려들지나 않을까 불안했지만 거리를 두어가며 휘적휘적 자석에 끌리듯 뒤따라갔다.  


더러워서 피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지혜 같은 은 이 순간 조금도 생각나지도 않았고 난 가야 했다.

소심한 성향의 그 개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서둘러 그분 사유지로 도망쳐갔고 그 가건물 안에는 그분과  붙어있던 그 지인이 세상모르고 술인지 뭔지를 먹고 마시고 있었다.

물린 후 미처 회복되지 못한 붕대를 감은 오른손을 들어 보이며


최대한 평정심을 찾아서

저 아직도 이러고 있는데 개 계속 풀어놓으실 거예요?

대꾸가 없다.


그사이 그 개는 이제 제집에 와서 제주인 있다고 날 빤히 쳐다보며 낮게  으르렁거린다.  그럼에 아직도 그 주인이란 자는 어떠한 경각심도 들지 않는 건지 풀려있는  개를 빨리 잡아 위험한 상황을 수습하기는커녕


우리 개가 뭘 잘못했다고 저래? 그런 심산인지

우리 개 지금 괜찮은데 뭐가 어때서? 그러는지

안돼!!라는 말 한마디라도 하면 큰일이라도 나는지


또 나를 향해 달려들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임에도 초조하게 지금 개가 위험한 상태임을 알려주며 빨리 잡으라고 성화를 대서야 우물우물 미적대는 자세로 잔뜩 공격 기세가 오른 개를 듬성듬성 대충 몰아 그것도 마지못해서 억지로 안으로 들여놓는다.

비가 와서 그랬다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무슨 소린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내가 아침산책을 거른 일이 없다는 걸 매일 출근하듯 사유지를 오가사람이라 년을 봐서 알고도 남을 텐데 그게 이유가 된다고 생각하나?  

아니 그보다 내가 나오든 안 나오든 개를 일부러 풀어놓아선 안 되는 일이고 물림사고까지 내었다면 더더욱 그래선 안 되는 일이 아니...


네 네...  이쪽으로 오지 마세요...?

뭐가...  네... 고 

무슨 권리로 내가 사는 동네길목인 이쪽으로 오지 말라는 것인가.

역시 기대도 안 했지만 방금 일에 대사과표현은 일절 없었고

이 쪽으로 곧 산책 지나갈 거니까 개 좀 묶어놓아 달라하자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네... 네  영혼 없는 대답을 건성으로 남발한다.

뭐가 문제냐는 듯이? 왜 저 난리냐는 듯...

너는 떠들어라 나는 나대로 한다 저러다 말지 않겠어? 이런 거였는데 내가 그때 그걸 몰랐다.


나중에야 깨달았지만 이건 존중이 아니라 철저한 무시였다.




그 이후로도 산 쪽 산책길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개를 풀어 같이 뛰어오다가 내게 들키고 급하게 목줄을 채워 도망가는 걸 목격했었무슨 의도인지 개를 풀어 산으로 올려 보내놓기다리고 서있는 봤었는데  개는 그 자리로 다시  고대로 내려오는 게 아니라 마을을 한 바퀴 돌아서 반대방향에서  나타났 그럼 목줄을 묶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끌고 는 걸 본 적이 있다.  

마을 어르신 말씀은 아침에 차를 끌고 와서 노상 그러고 서있는다는데 하자고 저러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하셨다.  


어떤 방식이든 모두 사회적으로 허용된 특히 물림사고를 낸 남의 동네에서 해도 되는 일상적인 산책형태는 아니었다.

이때도 참 위험했던 게 우리를 보고 경로를 바꿔  덤빌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분은 이런 상황들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지 예측을 못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당해봐서 너무 잘 아는 나는 더욱 불안과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는 일이 사고가 난 이후에마치 물린 것이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알려주고 싶은 듯 여지없이 수도 없이 계속 반복되게 방관  또는 조장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대놓고 거친 항의를 또는,  뭔가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지 않아서 오히려 우습게 봤던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런 기본상식조차 없는 사람일 거라곤 짐작할 수 없을 만큼 그분은 사회적으로 배울 만큼 배우고 아직 은퇴하지 않을 정도의 사리분별 못할 만큼 늙지 않은 전문직 사람이었기에 더 놀라운 일이었. 




오래 묶여 커왔던 개가 죽도록 안쓰러워서 뒤늦게라도 자유를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개를 풀어놓지 못해 환장한 사람처럼 구는 거라면 그 심정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마구잡이로 제 마음 편하자고 막 풀어놓고 물림사고가 나기 전부터 조짐과 트러블이 있어왔던 적절한 훈육 없이 방치해 오다가 결국  물림사고를 내고도 저러고 있는다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도무지 용인될 수 없는 행동임이 분명했다.


사유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남의 동네에서 민폐를 끼치며 무법자처럼 굴게 아니라 그렇게나 안타까우면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나 풀어놓든지...


백번 양보해서 정말 그렇게 이 동네에 풀어놓고 키우고 싶었다면 처음부터 나를 비롯한 이 동네 개들과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양해를 얻을 만한 노력을 했어야 했고 특히 아침저녁으로 본인이 이 동네에 드나드는 같은 시간대마주치는 나에게는 더 예의를 갖추어 본인도 배려를 받기 위해 행동해야 했다.

그렇게나 그 개를 사랑하는 마음이 진심이고 절실한 바람이었다면 이러한 일련의 수고로움은 기꺼이 감수하며  공생과 융화도모하는 것이 옳은 방식이 아니었을까


그분은 아마도 자기 사유지 근처에서 어린 시절  자라온 예전 시골에서의 감상에 개를 풀어놓아 키우고 싶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작고 한적해도 산책하는 어르신과 아이들, 개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거늘 그것도 본인은 거주하지 않는 남의 동네에서

이걸 가지고 문제 삼는 주민들을 도리어 야박하다고 탓을 하고 아랑곳하지 않으며 문제가 무엇인지 왜 문제인지조차 느끼지 못하는 염치없는 태도로 일관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이해받을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그분이 이곳에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보통의 강아지산책을 해오던 마을주민을 폄하해서 노상 지나다녀 자기 개에게 스트레스를 주더니 제 발로 찾아와서 물려놓고 응급실 치료까지 다해줬으면 것 아니냐며 그럼 알아서 이쪽은 피해 다녀야 하는 것 아니냐며 억울해하는 중인 걸로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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