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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드리 Nov 29. 2023

어린 시인과 점심을 먹었다.

잠이 덜 깬 3살 몽이는 엄마의 품에 안겨 아침 일찍 등원했다. 포근한 휴식영역에서 몽이는 피곤했는지 조금 잠이 들었다. 놀이소리가 청미하게 들렸나보다 작은 몸을 꼼지락거리며 리듬있게 친구들에게 놀이하자며 걸어간다.

마음껏 잠을 자서인지 친구들과 놀이하며 하하 호호 웃는 몽이의 웃음소리가 흐뭇하게 느껴진다.

점심시간이 되자 몽이가 친구의 손을 잡고 화장실로 간다.


"나 봐. 비누로 쏙쏙"

"나도  쏙쏙"


비누로 쏙쏙 손을 씻고 뒷짐을 지고 걸어온다. 4살이 되어가며 말이 늘어난 몽이의 말빛이 친구들에게 따뜻하게 전해졌다.


"선생님 몽이랑 점심 먹어요?"


"네 좋아요. 몽이랑 먹을게요"


"국물이 따뜻해요. 선생님도 먹어봐요. 따뜻하지요. 엄마처럼 따뜻해요"


"정말 따뜻하네요. 엄마처럼 따뜻해요."


"고기가 크다. 고기가 코끼리처럼 커요"


"선생님이 고기 잘라줄게요. 코끼리처럼 큰 고기를 어떻게 자를까요?"


"작은 물고기처럼 잘라주세요"


"네. 작은 물고기처럼 잘라줄게요. 고기 물고기가 되었네요"

"고기 물고기 히히 웃기다. 이거는 뭐예요?"


"깍두기예요"


"깍두기구나. 깍두기는 참 예쁘지요"


"깍두기 예쁘네요. 깍두기가 예쁜지 선생님은 처음 알았네. 몽이는 정말 시인 같아요"


"몽이 말 잘하지요?"


"그럼요. 우리 몽이가 밥 먹으면서 아름답게 말해줘서 선생님은 밥이 더 맛있어요"


"나도 맛있어요. 선생님이 맛있으니까요. 히히"


몽이는 체구는 작지만 커다란 도서관에서 찾을 수 없는 풍부하고 시적인 표현의 수련된 시집의 시인 같았다.


어린 시인 몽이의 을 오늘은 오래도록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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