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딸기를 심었더니 눈이 와요

by 아름드리

아기의 발그스레한 볼처럼 작은 딸기가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어 올해도 딸기를 심어 보았다.

토요일, 어린이집 마당에 혼자 나와 딸기 모종을 심었다. 아이들과 함께였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조용했다. 흙을 만지며, 마음 한편에서 걱정이 피어났다.


‘올해 딸기 농사는 잘될까? 혹시 딸기가 잘 안 열려서 아이들이 속상해하면 어쩌지?'


그때,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더니 하늘에서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포근한 흙 위로 살포시 내려앉는 눈송이들을 바라보며 무거운 걱정이 늘어갔다. 딸기는 조용히 하얀 이불을 덮어가고 있었다.


무거운 걱정과는 달리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다시 만난 딸기 모종은 씩씩하게 그 자리에 있었다.

어린이집 아이들은 작은 초록 잎을 보며 반가워했다.


"선생님! 딸기가 놀러 왔어요!"


아이들은 신이 나서 딸기 앞에 모여들었다.


"우와! 진짜로 딸기야!"

"딸기야, 우리 보러 온 거야?"

"딸기는 친구 많다?"


작은 손가락들이 조심스레 잎을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어떤 아이는 두 손을 모아 "잘 자라라!" 하고 응원했고, 어떤 아이는 입김을 후- 불며 "따뜻해야 돼!" 라며 걱정했다.


아이들은 마음 가득 싹트네 노래를 불러주고, "고마워, 어린이집에 와줘서!" 라며 딸기에게 인사를 했다.


딸기는 올해 처음으로 하얀 눈을 만났다. 눈을 머금은 딸기는 추운 봄을 지나 아이들의 사랑과 함께 더욱더 단단하고 더욱 달콤하게 자라날 것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꽁차는 재활용품에 담아 펄 추가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