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이럴 줄 알고 커피 마시러 갈 때마다 엄청 많이 모아 놨지. 마법의 상자를 열어볼까?"
"좋아요. 또 뭐가 있어요?"
나와 함께 사물함을 열어보았다.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 병,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먹은 후 깨끗이 씻어서 말려둔 과자와 아이스크림봉투, 햇반통, 플라스틱 화장품병, 우유 곽, 베스킨라빈스 숟가락, 휴지심, 요구르트 병, CD, 여러 종류의 상자, 우리 집 아이들이 작아진 호랑이 장화 등 다양한 종류의 재활용품이 있었다.
"선생님 이거를 다 어디서 났어요. 보물 창고 같아요. 어디서 가져온 거예요. 궁금해요??"
"작은 병은 고기 먹으러 갈 때 물병이 많이 나와서 선생님이 가져와서 깨끗이 씻어서 말렸고 택배 온 상자랑 신발 상자를 모아두었고 아이스크림이랑 과자봉투는 역할영역에서 놀이하려고 준비했지. "
"선생님 부자 같아요."
"선생님이 부자가 아니라 너희가 부자야. 이거 다 나눠써도 되니까 아주 멋지게 만들어봐요"
사물함을 보고 나서 친구들은 마음에 드는 컵을 골라 꽁차를 만들었다.
"선생님 꽁차 멀티 만들었어요. 우리랑 꽁차 여기서 먹어요. 꽁차 나오는 가게처럼 만들었어요"
친구들은 자기만의 스타일로 맛있는 꽁차를 만들어주었다. 정성이 듬뿍 담긴 꽁차를 만들어 준 친구들이 작은 카페를 만들어주어 하하 호호 이야기를 나누며 꽁차를 마셔보았다.
남들은 쓰다 버리는 재활용품일지라도 보육교사의 눈에는 반짝이는 수업 재료가 된다. 우리 집 아이들이 작아진 호랑이 장화에는 흙을 넣어 다육이를 심었더니 호랑이 장화는 등굣길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화분이 되었다. 음료수를 먹은 플라스틱 통은 깨끗이 씻어서 곡식(귀리, 병아리콩, 참깨, 렌틸콩, 흑미, 찹쌀)을 담아주었다. 곡식도 관찰하고 친구들이 제일 좋아하는 곡식 마라카스를 만들어 신나게 흔들어보았다.
우리 반 친구들이 제일 좋아하는 재활용품은 단연코 깨끗이 씻은 아이스크림 봉지에 솜을 넣어 만든 수제 아이스크림이다. 교구장에 아이스크림 교구를 넣어주었더니 모두들 등원하면서 서로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골라 먹으려고 달리기 선수가 되었다. 물론 먹을 수는 없지만 아이스크림이 교실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했다. 아이스크림 가게 놀이를 하기 위해서 우리 가족은 주말 내내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했다.
'앞으로도 너희들을 위해 열심히 재활용품을 가져올게. 많이 만들고 상상하며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창의력으로 너희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주겠니. 아마도 너희가 어른이 되면 어린이집 선생님은 기억이 안 나겠지. 재활용품만 보면 아주 작디 작게나마 선생님을 기억해 준다면 지금의 수고는 몽글몽글한 행복이 될 것 같아. 오늘도 열심히 재활용품 모아올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