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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상담도 이제 GPT시대

by 아름드리

1학기 상담 기간이다. 현관문이 열릴 때마다 마음도 함께 정리한다. 학부모님들은 상담기간 묻고 싶고, 풀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선생님, 요즘 몽이가 자꾸 ‘내꺼야!’를 해요. 그래서 요즘은 GPT랑 육아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밤에 애 재우고 나면 조용히 핸드폰 켜고, 이것저것 물어 보면 진짜 많이 알려줘요. 한편으론... 좀 편하더라고요.”


그 순간, 웃음과 함께 살짝 목이 말랐다. 우리가 ‘상담’이라는 이름으로 꺼내는 이야기들이
때로는 교과서 같고, 너무 원론적이란 걸 나도 알고 있다.


‘아이의 발달 특성을 고려해 주세요.’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해 주세요.’

이젠 GPT도 나처럼 말한다. 심지어 더 친절하고, 더 빠르고, 더 논리적이다.

그럼 나는, 교사는, 어떤 상담을 해야 할까?


하루 종일 아이들과 씨름하고, 아이의 웃음과 눈물 사이를 오가며, 말보다 먼저 마음이 앞서버리는 나.
가끔 말은 더듬어도, 아이의 하루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건 나다. GPT는 똑똑하지만, 나는 몽이가 오늘 두부만 골라 먹은 이유를 안다. 장난감 오리를 찾으려고 얼마나 뛰어다녔는지도, 친구와 싸우고 어떻게 먼저 손을 내밀었는지도 안다.


GPT가 엄마들의 육아 스킬을 쑥쑥 키워주는 사이, 나는 아이의 오늘 하루를 통째로 품은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더 열심히 본다. 아이의 기질을, 아이의 표정을, 그리고 그 작은 변화들을. 이제는 GPT까지 경쟁자가 된 세상에서, 내가 줄 수 있는 건 정답이 아니라, 진짜 살아있는 이야기다. 상담이 끝난 뒤, 나는 현관 앞을 정리하다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지피티가 알려주는 육아도 좋지만, 누군가는 오늘 그 아이가 어떻게 웃었는지 이야기해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지피티와 나란히 걷는 시대 속에서, 관찰’과 ‘공감’을 내 따뜻한 손길로 삼아, 이 아이의 하루를 가장 진심 어린 언어로 전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내가 지킬 건 교사만의 특별한 시선, 아이의 마음을 읽는 따뜻한 눈빛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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