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 해 주세요
117년 만의 역대급 폭염이라는 말이 뉴스에 나오는 아침 알림장이 울렸습니다.
“선생님, 오늘 같이 더운 날엔 물놀이 꼭 해주세요. 아이가 매일 물놀이 언제 하냐고 묻는답니다.”
“물놀이할 때 선크림 미리 발라주시고 수딩 크림도 곡 발라주세요. 사진도 많이 부탁드려요.”
네, 어머님. 그 마음 잘 압니다. 선생님들도 물놀이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눈빛, 수영복을 입고 친구들과 물장구치는 시간이 얼마나 큰 설렘이고, 또 얼마나 소중한 여름의 추억이 되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아침 일찍 출근해 물을 채우고, 햇살을 막을 천을 펼치고, 아이들 손 하나 닿을 자리까지 살핍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미끄러운 물 위를 뛰어다니며 한 장이라도 더 웃는 얼굴 담으려 애쓰지요.
몰놀이를 하지 말아 주세요.
또 다른 알림장이 울립니다.
“선생님, 햇볕이 너무 뜨거운 것 같아요. 우리 아이 피부가 약해서 걱정돼요. 오늘은 물놀이 안 하면 좋겠어요.” “어젯밤 늦게 자서 피곤할 텐데 물놀이는 무리일 거 같아요. 늦게 일어나서 세수를 안 하고 왔어요. 어린이집에서 세수시켜주세요"
네, 어머님. 그 마음도 잘 압니다. 아이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는 조심스러운 마음, 혹시나 감기라도 걸릴까, 햇볕에 피부가 상할까, 물놀이 후 지치는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을요. 그 모든 마음들이 아이를 향한 깊은 사랑이라는 걸 선생님들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물놀이를 강행하지는 않습니다. 아이의 상태를 먼저 살피고, 오늘 하루가 편안할 수 있도록 실내에서 쉬며, 세수를 도와주고, 친구들과 떨어져 있어도 외롭지 않도록 다정한 말 한마디, 손 한 번 더 잡아주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지요.
그리고 선생님은, 하루에도 몇 번씩 폭염을 온몸으로 견디며 깨끗한 물을 채우고 땀이 폭우가 되어 내리는 옷에 축축함을 느낄 새도 없이 뛰어다니며 이런 생각을 합니다.
‘물놀이는 할까요? 하지 말까요?’
누군가에게는 꼭 해줘야 할 여름의 소원이지만, 또 누군가에겐 조심해야 할 걱정의 하루이기도 합니다.
햇살 아래 물장구치는 아이도, 그늘에서 쉬는 아이도 모두의 체온과 마음을 함께 살피며 오늘도 선생님은 두 손으로 여름을 뜨겁게 품어냅니다.
모든 아이에게, 모든 부모에게 완벽하게 맞춰주는 일은 마치 햇살과 그늘을 동시에 펼치는 일처럼 어렵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압니다. 햇볕보다 더 뜨거운 건, 아이를 향한 부모의 마음이고, 그 마음을 잇는 다리가 선생님의 진심이라는 것을요.
오늘도 우리는 그 다리 위에서, 조심스럽게 균형을 잡으려 애쓰면서 하루를 건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