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걸어가면 10분 걸리는 아주 가까운 어린이집에 직장을 다녔다. 내 아이들이 어려서 가까운 곳이 제일 좋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9년의 시간을 묵묵히 다녔다. 아마도 다니던 어린이집이 폐원으로 나를 실업자로 만들지 않았다면 계속 그 어린이집에 다녔을 것 같다.
한 곳에 오래 다니게 되면 내성이 생긴다. 나는 그랬던 것 같다. 참 나쁜 내성이 생겼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내성. 내가 없어도 이 어린이집은 아무 변화가 없었을 텐데. 바보같이 이 어린이집에서 대단한 사람이라고 착각한 것 같다. 한 곳에 오래 다니다 보니 변화에 겁이 났다.
다른 어린이집의 아이들과 선생님들 속에서 견딜 수 있을까? 극도로 변화를 싫어하는 소심쟁이는 바닥 끝에 있을 용기의 펌프를 끌어올려보았다.
'이번에 도전하지 않으면 평범한 아줌마가 되는 거야. 한 번만 용기 내 보자'
마음속으로 다짐 또 다짐을 하며 내가 살지 않는 다른 지역에 이력서를 냈다. 면접을 보러 가면서 느꼈다.
새로움이 주는 설렘이 가슴을 졸깃하게 해 준다는 걸. 버스를 타기 위해 뛰어보기도 하고 지하철을 타보기도 했다. 40대인 나는 참 재미있었다. 간절함은 소원을 이루어주는 것 같다.
경험해보지 못한 우아한 말솜씨와 따뜻한 인상의 원장님 곁에서 일하게 되었다. 이제 앞으로 가게 될 어린이집은 집에서 역까지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내려 다시 버스를 타고 버스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어가야 했다. 출근시간만 1시간 20분이 된다.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힘들지 않았다. 같은 시간대에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이 익숙하게 느껴졌고 같은 역에서 내리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 번은 버스를 타러 뛰어가다 넘어졌다
아픔을 참고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버스 기사님께서 말했다.
"안녕하세요. 뛰지 않으셨어도 기다려줬을 거예요. 괜찮으세요?"
"네 감사합니다"
버스기사 아저씨가 말을 걸어준 건 처음이었다. 참 신기했다. 손님들이 탈 때마다 인사를 해주셨다
"안녕하세요. "
친절한 기사님이라고 생각하고 앞 좌석을 보는데 작은 메모가 보였다.
이 글을 기사님이 보셨을까? 메모를 남긴 승객의 마음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 다음번에도 이 기사님을 만나면 내가 먼저 인사를 해주고 싶다.
멀리 있는 어린이집을 다니다 보니 집, 어린이집만 오가던 짧은 순간의 편함보다 모르는 사람 속에서 느끼는 낯섦이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주어서 참 좋다.